AI 히트곡 시대의 전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7.19 07:07  수정 2025.07.19 07:07

일반적 코드의 노래, 인공지능이 만든다

워싱턴포스트 "음악시장 AI 침범 신호탄"

서구 "감동적인 노래는 인간만이 쓸 수 있다"

ⓒ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가 “음악 시장에서 AI가 인간의 영역을 대거 침범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밴드가 인공지능 노래로 히트 차트에 오른 사건이다.


인디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 올 6월에 데뷔했는데 한 달 만에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 EDM 같은 음악을 해도 한 달 만에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인디 록밴드의 음악으로 성공하는 건 거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으로 어렵다.


벨벳 선다운이 유명 회사에 소속돼 마케팅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다. SNS에서 화제가 터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앨범을 발표했을 뿐인데 수록곡인 '더스트 온 더 윈드(Dust on the Wind)'가 뜬 것이다.


이 노래는 요즘 록 스타일도 아니고, 70년대 복고풍이다. 제목부터 과거 히트곡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노래는 ‘핫’하게 급부상하기가 어려운데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스포티파이 ‘바이럴 50’ 차트 1위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아날로그 분위기에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바로 그게 인공지능의 작품이라는 게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처음 인공지능설이 퍼졌을 때 밴드 측은 “캘리포니아의 비좁은 방갈로에서 땀 흘리며 긴 밤을 보내며 진짜 악기, 진짜 마음, 진짜 영혼으로 쓴 우리 음악”이라며 “우리는 AI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의혹이 이어지자 결국 7월에 인정하고 말았다. 밴드 멤버들은 모두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의 인물들이고, 노래들도 모두 인공지능 창작이며, 공개된 사진들도 조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누리꾼들이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에 뭔가 어색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멤버들의 이름과 팀의 이름, 노래 제목 등이 모두 과거 록스타들과 록 히트곡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런 허술한 부분들 때문에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정체가 조기에 탄로 났지만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고도화 되도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다. 사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고 이름을 과거 데이터에서 따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사건은 워싱턴포스트 보도대로 “음악 시장에서 AI가 인간의 영역을 대거 침범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맞다. 앞으로 본격적인 침탈이 시작될 것이다. 이 사건으로 서구에선 “‘감동적인 노래는 인간만이 쓸 수 있다’는 오랜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단히 빠른 시간 안에 인간의 지식을 학습해내는 것이다. 그런 능력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히트곡을 학습한다면 그 속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학습만을 통해 아주 창의적이고 관습 파괴적인 노래는 당연히 만들기 어렵겠지만, 많은 이들이 편안하고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일반적 코드의 노래는 인공지능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음악시장의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영역이 축소될 수 있다. 시대를 바꾸는 대형 히트곡 같은 건 당연히 사람이 직접 만들겠지만 일상적인 업소 배경음악이나 개인방송 음악, 단체나 행사 로고송, 광고음악 등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인공지능 제작 대형 히트곡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향후 음악인들의 수익이 축소되는 대신 인공지능 음악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이미 서구에서 나와 있다. 인공지능발 폭풍이 닥치는 것이다. 서구 음악인들이 인공지능 음악 반대 운동을 하고 있지만 기술발전을 막을 수 없다. 음악인들이 인공지능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음악 인공지능 분야도 다른 인공지능 부문들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경쟁력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요즘 만화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뜨면서 그 속에 등장하는 헌트릭스, 사자보이즈 등 가상 캐릭터 밴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이런 가상 캐릭터와 노래들을 양산하면 어떤 세상이 닥치게 될까? 음악을 듣는 쪽에선 공간 맞춤형 음향 보정이나 기기들의 매칭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는 영역이었는데 인공지능이 가볍게 해결할지 모른다. 세상이 정말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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