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통과 후 18일 대통령 서명 절차 완료
트럼프 “인터넷 이후 금융기술 분야 혁명”
일각에선 “또 하나의 시스템 리스크” 우려
가상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코인이 공식적으로 법제화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가상화폐가 주류 투자 자산으로 ‘신분 상승’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J D 밴스 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빌 해거티 상원의원 등의 축하를 받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마련한 ‘지니어스법’에 서명했다.
그는 이날 서명식에서 “지니어스법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잠재력을 실현할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틀을 제공한다”며 “이는 인터넷 이후 금융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혁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글로벌 금융과 암호화폐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굳히는 중대한 진전”이라며 “미국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일정한 교환가치를 가지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다. 가치가 안정적이면서 거래가 편리하고 수수료는 은행보다 낮아 해외 송금에 자주 사용되는 등 산업 규모가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가상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위해 규제 입법을 촉구해왔다.
앞서 미 하원은 17일 본회의를 열고 지니어스 법안을 찬성 308표 대 반대 122표로 가결 처리했다. 지니어스법은(Genius Act)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을 명시하고, 발행 기업들이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미 단기 국채 등 안전 자산에 달러와 동일한 가치의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같은 가치의 달러나 단기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사도록 강제화한 것이다. 또
연방 또는 주 규제기관의 감독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 조치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 지위를 잃는 건 세계대전을 패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금의 사생활성과 유연성, 분산성을 결합한 이 혁명은 미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수십억명이 달러로 저축·송금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는 회의적으로 접근했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입장을 전환한 것을 상징한다. 그는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명명하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법안은 하원에서 공화당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이 연방준비제조(연준·Fed)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조항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이후 해당 조항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입장을 철회했다.
민주당은 공직자와 그 가족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월드리버티파이낸셜’ 등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번 법안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또 하나의 시스템 리스크가 등장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거나 루머가 퍼져 이른바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국채가 대규모로 쏟아질 수 있고, 이럴 경우 국채금리가 급등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확산하면 은행과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은 국경간 자금이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 경우 환율안정과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외환 당국의 정책 효과가 먹히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스테이블코인이 송금·결제 등을 대체할 수 있어 전통적 은행권에는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