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적 함구, 아시아 투어 이후 거취 정한다
레전드 박하게 대했던 그동안의 토트넘 행보
영국 축구팬들은 토트넘 홋스퍼 구단을 놓고 ‘spursy’라는 단어를 종종 쓰곤 한다.
뚜렷한 이유 없이 무너지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며 실제로 2010년대 중후반 많은 기대를 않고 시즌을 시작하지만 빈손으로 마무리하거나 우승 문턱에서 어이없이 패했던 토트넘의 행보를 일컫는 말이다. ‘허무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말은 ‘토트넘스럽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토트넘이 이번에는 선수 거취를 놓고 ‘토트넘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손흥민을 둘러싼 이적설이다.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해 지난 10년간 팀에 헌신했던 손흥민은 내년 여름 구단과의 계약이 종료된다.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지금 거취를 정해야 한다. 재계약, 이적, 1년 뒤 계약종료 등 세 가지 선택지다.
재계약에 도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느덧 30대 나이를 훌쩍 넘긴 손흥민은 정점에서 내려와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 팀도, 선수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토트넘은 지난해 1년 연장을 택했고 손흥민도 19만 7000파운드(약 3억 6800만원)의 주급 유지에 동의했다. 이미 구단이 ‘1년용’이라고 2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제의할리 만무하다.
유력한 선택지는 역시나 이적이다.
사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토트넘을 떠날 것으로 전망됐다. 구단 입장에서도 계약 만료 1년을 남겨두고 있어 이적료를 챙길 수 있고, 손흥민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사우디 등 타 리그로 향할 아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기여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운 손흥민도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했다.
변수는 아시아 투어다. 토트넘은 루턴 타운과의 친선을 마치면 홍콩에서 아스날과 맞대결을 벌이고 다음달 3일 국내에서 뉴캐슬과 ‘쿠팡 플레이 시리즈’ 경기를 펼친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손흥민의 인지도와 입지는 타의추종을 불허해 친선전 흥행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구단은 손흥민의 이적에 대해 함구한 채 아시아 투어 이후 거취를 정하려는 움직임이다. ‘토트넘스러운’ 행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선수 계약의 전권을 쥐고 있는 다니엘 레비 회장은 철저하게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매우 계산적인 레비 회장은 이적시장에서 결코 손해 보지 않으려 하며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왔다. 손흥민에 대해서도 아시아 투어까지 참았다가 거취를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계약이 종료되는 2026년 6월 이별을 택하는 방법도 있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했고 손흥민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중요도가 다시 높아졌다.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토트넘은 이적료를 한 푼도 건질 수 없고, 손흥민 역시 30대 중반 나이에 이적하게 돼 자신의 몸값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토트넘은 케빈 더 브라위너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맨체스터 시티처럼 낭만적인 구단이 아니다.
토트넘은 과거에도 팀에 헌신한 레전드를 박하게 대했던 팀이다. 손흥민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로지 이익만 쫓는 다니엘 레비 회장은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손흥민에 대한 손익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 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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