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여파...단가 인하 요구 가능성 수면 위로
애플 의존 높은 기업들 '촉각'...대응책 마련 준비
애플의 단가 인하 요구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전자부품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격 인하를 전제로 한 협상이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는 기업들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신제품에 탑재할 주요 부품의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복수의 부품사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의 이같은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무관치 않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아이폰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생산지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애플의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과 인도 등은 높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된 상태다.
그럼에도 애플을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은 생산지 이전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높은 인건비는 물론,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부품사들에 원가 부담을 일부 전가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움직이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부품사들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퍼져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및 반도체 기판 등을 납품하고 있다. 대체로 애플향 매출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하반기 실적 반등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모바일 OLED에서의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카메라모듈 출하량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고부가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출하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제조사들이 본격적인 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부품사들의 수익 방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부품사는 애플향 매출 비중이 50~70%에 달해 고객사 결정에 따라 실적이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협상 전략은 언제든 비용 절감 중심으로 급변할 수 있다"면서 "아직까지 부품사들에 공식적인 압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화할 경우에는 다른 제조사들 역시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이기 때문에 부품사들에 대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화된 움직임은 없으나, 업계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주요 부품사들은 사안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실적 반등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애플과의 거래 구조가 변화해 국내 부품업계에 긴장감을 더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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