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대란①] 급한 불 껐는데...집값 안정화는 ‘글쎄’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7.28 06:00  수정 2025.07.28 15:07

대출 규제 직후 서울 집값 상승세 4주째 둔화

매수세 주춤…재건축·초고가 실수요는 여전

전문가 “공급 부족 타개 없이는 실효성 한계”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지난 6월 27일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과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으로 명명된 이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출규제로 일단 거셌던 집 값 불길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급한 불을 끈 것일뿐 억눌린 수요가 언제든 분출된 가능성은 상존한다. 가격 조정을 관망하는 수요도 여전해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 등 정부의 다음 카드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출 규제 이후 지난 한 달 간 부동산 시장을 짚어보고 향후 정부가 취할 방향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한 달 전 수도권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책인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그동안 가팔랐던 서울 집값의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초강력 규제로 아파트 매수 자금 조달을 틀어막자 수요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발표되고 이튿날인 28일 시행된 이번 대책에 따라 아파트 구매시 금융권에서 6억원 넘는 대출을 받던 자금 조달 방식은 원천 봉쇄됐다.


또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면 주담대를 아예 받을 수 없게 했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불가능하도록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이러한 대책으로 그동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크게 위축됐고 가파르게 치솟된 가격 상승세도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대출 규제로 인한 영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그래픽.ⓒ연합뉴스
강남3구·한강벨트 오름세 ‘뚝’…매매거래 급감

28일 한국부동산원의 7월 셋째주(7월 2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9%에서 0.16%로 둔화했다.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 발표 직후인 6월 다섯째 주부터 이날까지 4주 째 상승 폭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해당 기간 서울 상승 폭은 0.43%(6월 셋째주)에서 대출 규제가 시행된 6월 넷째주부터 0.40→0.29→0.29→0.16%로 지속 하락했다.


대출규제 직전인 6월 셋째주와 서울 각 지역구를 놓고 비교하면 서초구(0.77→0.28%)와 강남구(0.84→ 0.14%)는 오름 폭이 크게 축소됐다.


마포(0.98→0.11%)·용산(0.74→0.24%)·성동구(0.99→ 0.37%) 등도 대폭 꺾였고 양천(0.30→0.27%)·영등포(0.48→0.22%)·동작(0.53→0.21%) 등 이른바 ‘한강벨트 라인’으로 불리는 지역도 상승 폭이 줄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송파구도 같은 기간 0.88%에서 0.43%로 반토막이 났다. 다만 재건축 기대심리 효과로 송파구는 강남 3구에서 유일하게 전주(0.36%)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대출 규제 발표 직후에 등장했던 풍선효과 가능성도 실제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노원(0.12→0.09%)·도봉(0.06→0.02%)·강북(0.16→0.03%) 등 서울 외곽 지역도 상승 폭이 더 떨어졌고 경기 과천(0.47→0.38%), 성남시 분당구(0.67→0.35%)등도 오름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침체 일로를 겪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도 잠잠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와 주요 단지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선호 지역 내 매수 문의가 감소해 서울 전체 상승 폭은 소폭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매매거래도 급감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한 달 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발표 직전 대비 76.8%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2일부터 대책이 발표된 27일까지 1만75건이었으나 대책 발표 후인 6월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2342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시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량이 줄었는데 특히 강동(822→114건)·마포(608→64건)·성동(705→59건)·동작(564→72건) 등의 거래가 급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내 한 부동산 상가 안내문.ⓒ데일리안 이호연기자
“관망세 짙지만…양극화·월세화 부작용도”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당분간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고 거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까지 겹치면서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대출을 통해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이번 대출규제에서 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원임을 고려하면 목돈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월 원리금을 300만원 이상 갚을 수 있는 전문직이나 대기업 맞벌이 등의 매수 심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한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출 규제만으로 상급지 투자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도심 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자금 줄만 조이는 정책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주 0.36%에서 이번 주 0.43%로 강남 3구 중 유일하게 아파트 매매 거래가 상승 폭을 키운 송파구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 전용면적 102㎡는 이달 4일 22억45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신고가 41억7700만원)와 인근 장미2단지 전용 84㎡(30억4000만원)도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면 ‘집값 폭락한다’며 반발이 거셌는데 요즘에는 규제를 내놓아도 이같은 반응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있으면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맞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되려면 공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스트레스 DSR 3단계 강화와 6.27 대출규제가 치솟는 서울 집값 상승률을 둔화시키고 투기적 가수요를 진정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월세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부동산 종합 대책에는 서울 등의 규제 지역 확대나 수도권 주택공급정책, 그리고 지방으로 수요를 분산 시킬 지역균형발전대책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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