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내달 중남미 순방을 하면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려던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협상과 추진하고 있는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을 배려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28일(현지시간) 라이 총통이 다음 달 수교국인 중남미의 과테말라와 벨리즈, 파라과이를 순방하면서 미국 뉴욕과 댈러스를 경유하는 일정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쪽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뉴욕 경유 일정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이 중남미 수교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흔한 관례다. 표면상으로는 단순한 환승이지만, 미국이 대만의 최대 외교·군사적 후원국이라는 점에서 일정 자체가 정치적 상징성을 띤다. 지난 2023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이 중남미 국가를 순방했을 때 뉴욕 방문을 허용한 바 있다
소식통들은 대만 총통부가 최근 “자연재해 대응과 통상 문제 등을 고려해 총통의 외국 순방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미국 측의 비공식 ‘경유 불허’ 통보 이후 내려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3차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염두에 둔 유화적 조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중 두 나라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진행 중이다. 이번 회담에선 다음 달 12일 종료되는 무역협상 기한의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협상 결과는 양국 정상회담 개최 논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라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라이 총통은 앞서 지난해 11월 6박7일 일정으로 마셜제도와 투발루, 팔라우 등 태평양 도서 수교국들을 순방하며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경유했다. 당시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훈련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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