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근 해역에 핵잠수함 2대를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관세·제재 경고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핵 위협’ 발언을 쏟아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발적인 충돌 우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2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 31일 자신의 SNS 텔레그램 계정에 오는 8일까지 우크라이나 종전을 촉구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옛 소련의 핵공격 시스템인 ‘데드 핸드’를 거론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설적인 데드 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데드 핸드는 적의 참수 공격에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핵미사일이 발사되도록 설계된 러시아의 명령 시스템이다.
그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3시간 전 메드베데프를 “여전히 자신이 대통령이라 믿는 실패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메드베데프는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뒤 총리직을 거쳐 현재는 상징적 자리인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도발적 언사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혹시라도 이런 어리석고 선동적인 발언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말은 매우 중요하고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번은 그런 경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4일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판하며 “50일 이내에 평화를 이루지 않으면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에도 러시아의 공습이 끊이지 않자 29일에는 그 기한을 10일로 줄이면서 새로운 시한을 8월8일로 재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에도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자 “행동이 역겹다”며 관세와는 별도의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카렐리야공화국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목표엔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갈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6월부터 우크라이나 종전 조건을 거론하며 “똑같이 남아 있다”고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 외무부 지도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 전체 내 우크라이나군의 철수, 서방 제재 해제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그는 “이들은 조건이 아니라 목표이고 나는 이를 공식화했다”며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에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도한 기대 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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