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밀리언셀러 가수의 놀라운 행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09 07:07  수정 2025.08.09 07:07

가수에게 매우 중요한 앨범 판매 수익

"팬들의 정성 어린 응원, 부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가수 임영웅. ⓒ 물고기자리 제공

임영웅은 2022년에 발매한 정규 1집으로 한국 솔로가수 신기록을 세웠다. 선주문만으로 백만 장을 돌파했는데 이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솔로 음반 사상 최고 선주문 기록이었다. 그 전까지 솔로 앨범 최다 선주문 기록은 백현의 86만8000장이었다. 기존 기록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으며 솔로 가수 선주문 밀리언셀러 시대를 연 것이다. 당시 일주일간 114만 장 판매로 솔로 가수 음반 초동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임영웅의 정규 2집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발매 예정인데 CD를 뺀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화보집 형태로만 발매한다고 한다. 앨범에 CD가 없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 된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음반 차트 집계에서 아예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게 충격인 것은 서두에서 설명했듯이 임영웅이 기록적인 솔로 밀리언셀러 가수이기 때문이다. 1집이 그 정도였으니 2집도 당연히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거라 여겨졌다. 최소한 백만 장 돌파는 기정사실이었다. 2연속 밀리언셀러를 성공시키면 임영웅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CD가 빠지면 그런 기록을 세울 수 없게 된다. 요즘은 CD로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에 앨범 구입은 일반인이 아닌 팬들이 한다. 팬들은 앨범을 ‘산다’라기보다 ‘사준다’는 개념에 더 가까운데, 팬들이 그렇게 사주는 이유는 스타에게 음반 판매 기록과 음반 차트에서의 높은 순위를 안겨주기 위해서다. 앨범이 음악을 듣는 매체가 아닌 기록과 순위를 위한 수단이 됐기 때문에, CD플레이어가 없어서 앨범을 들을 수조차 없는 팬들이 앨범을 수십 장씩 산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CD가 없으면 차트 집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요즘 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초동 판매 기록이나 음반 순위 등을 세우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기록과 순위 때문에 다량의 앨범을 사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남들은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온갖 꼼수까지 동원하는데 임영웅은 CD 사줄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도 적게 파는 길을 택했다.


애초에 음반을 팔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럴 수도 있을 텐데 백만 장이 기본인 스타의 결정이라서 놀랍다. 이건 이미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인 연속 밀리언셀러 기록을 포기한 것이다. 가수에게 매우 중요한 앨범 판매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면 지상파 음방 순위나 차후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앨범이 기록적으로 많이 팔리면 시상 심사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 CD를 삭제한 이유를 소속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팬들의 정성 어린 응원이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했다고 말이다.


첫째, 팬들의 부담을 염려했다는 것이다. 팬들이 음반을 사서 기록과 순위를 올려주는 문화가 정착되고 팬덤간 경쟁이 붙다보니 이게 거의 준조세 수준까지 돼버렸다. 가수가 앨범을 내면 팬들이 무조건 많이 사줘야 하니, 앨범이 자주 나오면 허리가 휠 지경이다. 임영웅은 그런 부담을 팬들에게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지구환경에 대한 염려다. 듣지도 않을 CD를 수도 없이 사서 방치하는 일들이 만연하다보니 플라스틱 폐기물이 양산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임영웅은 이런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가수에게 앨범판매량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인데 그걸 포기했다. 자신의 명예와 소득을 포기한 것이다. 매우 의미가 큰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CD 앨범을 발매하는 다른 가수들을 비난할 순 없다. CD 판매는 업계 관행이고, 가수들에게 공연과 더불어 양대 수익원이기도 하다. 누구도 타인에게 수익 포기를 강요할 순 없다. 다른 가수들은 일반적인 행위를 할 뿐인데, 그걸 안 하는 임영웅이 대단한 것이다. 그동안 계속해서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그가 다시 한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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