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유급식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26년, 공주에서였다. 미국 출신 여선교사 마렌 보딩(Maren Bording)은 기아로 목숨을 잃는 유아들을 보고,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우유급식소를 열었다. 그녀가 1927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국의 전체 유아 사망률이 약 35%에 달했던 반면 공주에서 우유급식을 받은 유아들의 사망률은 5%로 급감했다. 이후 1932년 충청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대전 지역에서도 우유급식이 시작됐다.
이처럼 생명수처럼 여겨졌던 우유의 기적이 다시 공주에서 되살아났다. 공주시는 2022년 3억 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 관내 28개 초등학교 3,260여 명에게 우유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100년 전 한 선교사의 손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된 우유급식은 오늘날에도 차상위 계층 등 소외된 아동에게 기본적인 영양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계승되고 있다. 문제는 균형 있는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 성장기 아동에게 꼭 필요한 우유급식이 지역에 따라 제공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우유를 포함한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전라남도도 5년 전부터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유 무상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2024년 학교 우유급식률은 76.6%, 전국 평균인 30%보다 2.5배 가량 높다.
반면, 같은 호남권인 전라북도는 2024년 기준 25.3%로 머물러 전남도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급식 운영 주체 간 협의와 절차 진행이 늦어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우유급식이 지연되거나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국가 차원의 강력한 우유급식 정책 신호를 내놨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는 ‘건강한 어린이를 위한 전유법(Whole Milk for Healthy Kids Act)’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전유(Whole Milk)’를 학교 급식에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영양섭취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즉, 국가가 직접 영양교육과 식습관 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유급식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유가 여전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전라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예산을 투입해 무상 우유급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전국 단위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일선 학교의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우유급식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성내초등학교 이은영 영양교사는 “우유는 칼슘 흡수율이 높고, 비타민D와 단백질 등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식품”이라며 “특히 학교에서 꾸준히 우유를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아이들의 장기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량진초 유임선 영양교사는 “최근 초등학생의 아침 결식룰이 점점 늘고 있는데, 오전 간식으로 제공되는 우유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며, “성장기 어린이들의 튼튼한 뼈 형성을 위해 우유급식은 중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양교사들은 우유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영양을 보완해 주는 기능성 식품’이라는 점에서 급식체계 안에 안정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도 학교 우유급식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승호 위원장은 “우유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칼슘, 단백질, 비타민 D 등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대표 식품”이라며, “학교 우유급식은 단순한 식사 보완을 넘어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미래 세대의 체력 증진을 위한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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