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츄핑’에서 ‘베베핀’까지… 키즈 애니메이션, 극장에서 통했다 [K-키즈 IP 시대②]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14 11:01  수정 2025.08.18 10:38

키즈 IP '하츄핑', 중국에서도 개봉

'영유아 전용 콘텐츠' 한계 정면으로 돌파한 키즈 콘텐츠

지난해 ‘사랑의 하츄핑’이 1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침체됐던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에 반가운 반향을 일으켰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222만 명) 이후 12년 만에 국산 애니메이션이 100만 관객을 넘긴 기록이자, 키즈 콘텐츠도 극장에서 흥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였다.


특히 ‘사랑의 하츄핑’은 단순한 유아 관람층을 넘어 로미와 하츄핑의 운명적 첫 만남이라는 서사로 부모는 물론 젊은 관객층의 정서까지 고려해 타깃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간 한국 키즈 콘텐츠가 안고 있던 ‘영유아 전용 콘텐츠’라는 소비 구조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한 성과로 여겨졌다.


더불어 ‘하츄핑’은 국내 흥행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개봉되며 한국 키즈 IP의 해외 극장 진출까지 이뤘다.


김수훈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 성공의 핵심은 세대 확장을 거쳐 가족물로 만드는 것”이라며 “‘하츄핑’은 첫사랑, 우정,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처럼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스토리에 복합적으로 녹여냈다. 그 결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2030 여성 팬들의 유입도 눈에 띈다. 하츄핑 굿즈를 구입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싱글 여성이라는 점에서 키즈 콘텐츠의 확장성을 다시금 실감했다”라고 흥행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여름 ‘베베핀’으로 이어진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370억 뷰, 미국 포함 11개국 넷플릭스 키즈 부문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극장판 ‘베베핀’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베베핀 극장판: 사라진 베베핀과 핑크퐁 대모험’은 국내 대표 독립영화제인 무주산골영화제를 통해 극장판을 월드 프리미어 형식으로 첫 공개됐다.


이는 키즈 콘텐츠를 넘어, 영화제 선정 기준을 통과한 작품으로서 완성도와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베베핀 극장판: 사라진 베베핀과 핑크퐁 대모험’은 핑크퐁, 아기상어, 티렉스, 슈퍼구조대까지 총출동하는 ‘핑크퐁 유니버스’라는 IP 통합 세계관으로 넓은 연령대 유입을 노렸다. 이 전략은 흥행 수치로도 증명됐다. 7월 30일 기준 개봉 7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주 박스오피스 3위, 7월 28일 종합 박스오피스 6위, 좌석판매율 2위를 기록, 비단 주말뿐 아니라 평일 흥행에서도 저력을 드러냈다.


‘전지적 독자 시점’, ‘판타스틱 4’ 등 대작들과의 경쟁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낸 것은, 극장이 키즈 관객층의 실질적인 유입 통로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혜민 더핑크퐁컴퍼니 CBO는 “더핑크퐁컴퍼니는 유튜브 기반의 디지털 네이티브 IP를 출발점으로 삼은 기업으로, 전통적으로 TV나 극장판으로 인기를 얻은 후 디지털로 확장된 타 사례들과는 반대 경로를 밟아왔다. 유튜브에서 시작해 극장, TV, 뮤지컬 등으로 IP를 확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흐름”이라며 “유튜브 콘텐츠는 짧고 빠른 리듬감, 즉각적인 몰입감, 반복 시청을 유도하는 놀이 요소, 교육적인 메시지를 하나씩 명확히 담는 방식이 특징이지만, 극장판은 서사, 음악, 영상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초격차 콘텐츠’를 목표로 기획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베베핀 극장판: 사라진 베베핀과 핑크퐁 대모험’은 2D와 3D 애니메이션, 픽셀 아트, 특수효과, 브로드웨이 감성의 OST 15곡을 결합한 ‘패밀리 뮤직 어드벤처’ 장르를 시도하며 스크린에서만 가능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라고 기존 콘텐츠와 극장판의 차이를 설명했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된다. 이번 극장판은 한국을 시작으로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대만, 베트남 등 총 11개국에서 순차 상영될 예정이다.


극장가 관계자는 “키즈 애니메이션은 한 가족 단위 관람이 이뤄지기 때문에 객단가가 높고, 콘텐츠에 따라 연령대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유아용 DVD나 유튜브 중심 소비였다면, 최근엔 극장판 콘텐츠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 전반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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