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기업' 칼 빼든 정부…산업계 “쇼맨십 아닌 전문성 필요”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8.13 18:56  수정 2025.08.14 00:28

경총, 한국프레스센터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 개최

포스코이앤씨 사태 후폭풍...정부, 면허취소 등 강경 카드 검토

“세계 최고 수준 처벌에도 예방효과 미미...현장 실효성 높여야”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토론 발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정부가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강경 기조를 예고한 가운데 ‘보여주기식’ 처벌 강화보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전문적 대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계는 중복·과잉 규제를 손보고 안전 역량이 취약한 중소·영세기업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재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를 열고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와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노동계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방향을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면허취소와 징벌적 손해배상, 고액 과징금 부과 등 강한 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에서만 4명이 숨지는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고강도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움직임이다.


이날 경총은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관련 처벌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산재사고에 대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6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예방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중처법 우선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는 2021년 248명에서 2024년 250명으로 오히려 2명 늘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필수인 것은 진정성과 전문성”이라며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보여주기식 쇼맨십’에 그칠 수 있고, 자칫하면 불필요하게 경제 활동을 짓누르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곧바로 영업정지 등 행정 재제를 하는 방식은 법치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재제와 엄벌에 치우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로 고비용·저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개선 없는 엄벌 만능주의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할 뿐”이라며 “안전 선진국들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제재 강도를 강화한 것이 아니라 예방 시스템의 충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개편 방향으로 ▲산안법·중처법 의무 조항 중복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 합리화 ▲건설 발주자 역할·책임 명확화 ▲위험성평가 내실화 ▲세부 안전기준 정교화 ▲지도·지원 중심의 감독행정 전환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 현실에서 규제만으로는 산재예방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처벌보다 더 큰 보상과 인센티브로 안전 관리를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구체적 지원 방안으로 범부처 컨트롤타워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안전기술 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를 위한 ‘산재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 제정도 제안했다.


이날 토론 세션 좌장을 맡은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사고 이후의 처벌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 사고가 나기 전에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것이 중처법의 필요성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다른 안전 선진국들 역시 엄벌과 획일 규제만으로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규제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여 안전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힘을 모아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새 처벌 수단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기능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중처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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