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낭독 시작하자
8·15 사면권 행사 면전에서 비판 시위
尹정권 때처럼 '입틀막' 물리력 행사 없어
혁신파 주자로서 李·尹 모두까기 결과?
8·22 전당대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선전 중인 안철수 의원이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면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반대한다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 대통령의 사면을 비판함과 동시에, 의도치 않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거 '입틀막' 사태를 상기시키면서 혁신파 당권주자로서 윤 전 대통령까지 동시에 비판하는 결과도 낳았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4선의 현역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시작되자, 안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펼침막을 펼쳐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로 특별사면돼, 조 전 대표는 이날 0시를 기해 출옥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축사 낭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립 시위를 시작해,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끝난 뒤 퇴장했다. 안 후보는 4선 현역 국회의원으로 비교섭단체 대표 등의 바로 후열에 자리했다. 위치상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는 내내, 보일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이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 대통령의 광복절 사면권 행사를 규탄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설문해 이날 발표한 정례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p 급감한 59%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7%p 급등해 30%에 달했다. 부정평가 사유 1위로는 특별사면(22%)이 꼽힌 반면, 지지(긍정평가)의 이유로 특별사면을 꼽은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국민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힘 당권경쟁을 하고 있는 안 후보가 사면권 행사의 명분이 된 광복절의 경축식에 직접 참석해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는 가운데 면전에서 비판과 규탄을 함으로써 국민 여론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날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낭독에 맞춰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돈을 횡령했던 윤미향을 사면하는 것은 광복의 빛을 바래게 하는 매국 행위"라고 설명했다.
李대통령 부정평가 사유 1위 "특별사면"
安 "제지에도 꿋꿋히 시위"…여론 대변
尹정권 때처럼 입틀막·사지 들기는 없어
尹 때는 현역 국회의원도 행사서 끌어내
다만 안철수 후보가 이날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도중 무언의 시위를 한 것이 이 대통령 비판 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도 작용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윤석열 내외'와의 단호한 절연을 주장하는 안 후보가 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윤 전 대통령까지 '모두까기'를 한 셈이 된다.
안 후보가 이날 이 대통령 경축사 낭독 도중 자리에서 기립해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펼침막을 펼쳐들고 서 있자, 행사를 담당한 행정안전부의 복수 관계자가 다가와 시위를 그만할 것을 권유하며 만류했으나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 안 후보도 만류 권유에도 불구하고 경축사 낭독 내내 꿋꿋하게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시절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월 18일,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던 강성희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 전 대통령이 전북 지역구 의원들과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오자 "국정기조를 바꾸시라. 그러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했다가, 경호처 관계자들에 의해 안경을 빼앗기고 입을 틀어막혔으며, 사지가 들려 쫓겨난 바 있다.
또 한 달 뒤인 같은해 2월 16일에는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윤 전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하던 중, 전산학부 석사과정 졸업생 신모 씨가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자 경호처 수행부장이 달려들어 입을 틀어막고 졸업생으로 위장한 채 현장에 잠복해 있던 다른 경호처 관계자들까지 일제히 달려들어 사지를 들어 끌어낸 바 있기도 하다.
반면 이날 안 후보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펼침막 시위 중에는 관계자들이 다가와 자제할 것을 권유했을 뿐,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 이 대통령도 경축사를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와 펼침막 시위를 하고 있는 안 후보 앞을 굳은 표정으로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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