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책임’ 명확히 한 국토부...행정처분 리스크 ‘촉각’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8.20 06:00  수정 2025.08.20 06:00

사고 전 까지 스크류잭 제거 등 사실 관계 파악 못해

손실 규모 350억원대 그쳐도 고강도 영업정지 관건

"올해만 3번 사고·6명 사망, 영업정지 요건 충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현장에서 교각 상판이 처참하게 내려앉아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사고의 원인이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제거’로 지목되면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책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권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관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의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시공사인 현엔과 호반산업은 행정처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는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스크류잭(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와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런처(거더를 인양·설치하는 장비)의 후방 이동이 지목됐다.


특히 현엔은 시공사로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거더에서 스크류잭이 제거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에 따르면 거더 론칭 기술을 보유한 하도급사(장헌산업) 현장 소장이 작업 편의성을 위해 임의로 스크류잭을 해체했는데 시공사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스크류잭 해체의 법 위반 여부에 앞서 거더(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가 안정화 되기 전에 해체한 것은 도로공사 매뉴얼에 어긋나는 행위다.


거더 전도를 방지하는 스크류잭과 전도방지 와이어가 해체된 채 안전인증이 이뤄지지 않은 런처의 후방이동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시공사 책임을 명확히하면서 고강도 행정처분 가능성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만 5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금지 및 징벌적 배상제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 현엔도 최고 영업정지 수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지차체 등에 통보하는 한편,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하는 등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다. 시공사인 현엔 컨소시엄 외에도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와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등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 비율을 산정해 처벌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경우 사망자 수가 많은 중대사고로 국토부가 사조위를 꾸려 직권으로 제재 수위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고 조사 결과와 특별 점검 결과, 불법 하도급 점검 결과를 비롯해 사망자 수, 고의성, 안전관리 위반 등을 종합 검토해 처분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만 3번의 사고를 냈고 사망자 수가 모두 6명이나 된다”며 “영업정지 요건을 어느 정도 충족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로 행정 처분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결정 이후에도 법정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종 확정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국토부의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서울시가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리기까지 약 3년 2개월이 걸렸다. HDC현산이 이러한 행정처분에 대해 곧바로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운데)가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에서 열린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 간 건설공사 브리핑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와함께 재무적 손실도 예상된다. 증권가는 현엔이 이번 사고로 감당할 비용이 30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공사 계약금액이 2053억원으로 현엔 매출액 대비 0.8% 수준에 그치고 사고가 특정 교량 구간에서 발생해 사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각의 경우에도 균열 발생이 확인됐으나 콘크리트의 영구 손상 수준인지, 보수·보강으로 해결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교각의 경우 보수 보강 이후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대신 재시공을 하게 될 경우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국토부는 현장에 남아있는 구조물에 대한 정밀조사 후 전면 재시공 여부와 공사 재개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면 구간 재시공의 경우 현엔이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가 최대 2000억원까지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시공 지분은 각각 현대엔지니어링이 62.5%, 호반산업이 37.5%를 보유하고 있다.


김 정책관은 재시공 여부에 대해 “횡만곡(거더 휘어짐 현상)을 드론 촬영에 의해서만 평가했기 때문에 실제 횡만곡 폭이 정확히 얼마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최대 8cm 정도로 판정을 했으나 구조해석을 통해 봐야 할 것 같고 이를 바탕으로 각 최외측 부분에서 실제 응력 상태를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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