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상법 통과 땐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일상화
표면은 소액주주 보호지만, 단기 이익 챙기려는 세력 실질적 배후 의심
집중투표제·주주제안권 활용, 기업 '현금인출기'로 만들수도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 후속 입법이 이어지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상법 개정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표면적 명분은 소액주주 보호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행동주의 펀드의 이해관계와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을 의식한 정치권의 계산이 뒤엉켜 있다. 2차 개정안의 핵심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얼마 안 되는 지분으로 감사위원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되면 소송 남발과 경영권 침해의 빌미가 되고, 기업은 눈앞의 배당 확대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할 자금이 단물처럼 빨려 나가고, 기업은 결국 '현금인출기'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법안을 부추기는 세력이다. 이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을 비롯한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 전문가 그룹이 민주당과 손잡고 이같은 개정안을 대선 공약에 반영시켰다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중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대통령실이 연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에도 참석했다고 전해진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합뉴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한국 출신이지만 싱가포르 국적을 보유한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검머외)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로는 주식ㆍ부동산 소득이 많은 일부 부유층이 국적 또는 주거지를 형식적으로 옮긴 조세피난처 중 하나다. 실제로 2022년 금감원에 따르면 조세회피처 중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싱가포르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게다가 이 회장은 ABL바이오, 한솔홀딩스, SBS 등의 사외이사직을 동시 겸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상법에서 규정한 "해당 상장회사 외에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의 이사·집행임원 또는 감사로 재직 중인 자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한 사례다. 이 때문에 얼라인파트너스의 추천을 받아 올 초 코웨이 사외이사직에 나섰지만, 코웨이 이사회가 상법 위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 자진 사퇴했다.
대기업을 길들이고, 단기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는 일본이 잘 보여준다. 지난해만 해도 97개 기업이 이들의 타깃이 됐고, 견디다 못해 상장을 자진 폐지한 기업이 37곳에 달했다. 한국이 같은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은 이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2019년 8개에서 2023년 77개로 급증,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아진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하준 런던대 교수의 말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는 "총수 전횡은 문제지만, 주주 환원율이 90%에 달하면 우리 경제도 끝난다"며 "기업이 주주의 현금 인출기로 전락하는 순간 한국 제조업은 몰락한다"고 경고했다. 단기 이익에 매몰돼 기업을 약탈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진짜 '개악'이다. 진짜 개혁은 단기 배당이 아니라 장기 투자와 생산적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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