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바보와 진정한 친구 [기자수첩-국제]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5.08.25 07:00  수정 2025.08.25 12:02

우크라 전쟁 종식 호언장담…전쟁은 더 격해져

미·러 정상회담, 트럼프 '빈손'…러시아만 이득

시간은 푸틴편…러군, 국방 장관 교체 후 승승장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 알래스카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약속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취임하자마자 공약들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내리고 공약을 이행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몇몇 공약들은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약속만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연설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전쟁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은 푸틴 대통령의 호감을 얻고 있으며 자신이 나서면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은 금방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미·러 정상회담이 열렸고 그의 말대로 협상은 이뤄졌다. 그러나 러시아만 미국의 2차 제재를 늦추는 데 성공했을 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할 수 없는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는 말에 대해 아직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말했던 푸틴 대통령은 최근 "정당성 문제가 해결돼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요즘 미국 언론에서는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냉전 시기 소련 정부가 공산당 선전에 세뇌된 사람들을 조롱할 때 만든 것으로, 미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딱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쓸모 있는 바보를 이용해 전쟁 승리를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해임된 후 새롭게 임명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군의 전술을 대대적으로 손봤고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봄부터 러시아가 점령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있는 반면, 우크라이나군의 자금·병력 부족 문제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가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다.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의 영토 22%가량을 점령했고 남부 최대 항구가 있는 오데사 지역에 대한 침공을 준비를 마쳤다. 이는 특히 벨로우소프 장관 부임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러시아 편인 만큼,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합의할 이유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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