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는 넘쳤지만…소위조차 열리지 못 해
정치 일정·업계 반발에 처리 가능성 갈수록 희박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 규제 공백 논란 가열
유사니코틴까지 번진 시장…전문가 “포괄 규제 시급”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 마련이 청소년 흡연 등 사각지대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보상태다. 법안은 아직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정부 교체와 세수 부족 등의 상황 속에도 9월 정기국회 안건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자담배 관련 법안이 10개 이상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아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예정됐던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당초 대선 이후 여당이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위한 세수 확보 필요성과 함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올해 내 처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내에서도 법안 통과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정치 일정과 업계 반발이 겹치면서 법안 처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안건이 산적한 상황에서 논의 순위가 뒤로 밀린 데다, 전자담배 업계가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국회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업계의 생존권 문제로 반대하면서다. 이어 대선 정국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분산됐고, 8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법안소위가 일단 열려야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가 되는데, 일정이 미정인 상태”라며 “국힘이 현재 상임위 전체를 보이콧한 상태라 사실상 법안 소위 일정은 미정이고, 본회의에 올라가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9월 정기 국회 안건 상정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법률상 담뱃세와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경고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규제 역시 적용되지 않고 청소년 판매를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 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합성니코틴 기반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입문 담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지정 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온라인, 무인자판기, PC방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가 가능한 데다 전자담배의 형태도 화장품 등을 흉내 내면서 청소년 흡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또 이번 개정안은 대형 담배회사인 BAT로스만스가 합성니코틴 담배 ‘노마드’를 지난해 11월 출시한 이후 논의가 빨라졌다. 여기에 정부가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해성이 있어 담배사업법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규제 신설이 급물살을 탔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합성니코틴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도 주목도가 향상됐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은 736만 달러로 전년 대비 50.6% 상승했다. 수입 중량도 10만 423㎏으로 전년 대비 55.7%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정안 논의가 지속 불발되면서, 국회의 늑장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부 합성니코틴 판매업자들의 생존권을 챙기느라 청소년 건강권과 적법하게 영업하는 담배 소매인 13만명의 영업권을 도외시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사니코틴까지 함께 규제해야 청소년 흡연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유사니코틴은 법적으로 니코틴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법적 테두리 밖에 있어 청소년이 구매가 쉬운 데다, ‘무니코틴’으로 판매되던 일부 제품에서 니코틴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이 이제 규제 안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도니까 업자들이 유사니코틴이나 무니코틴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성니코틴만 규제할 게 아니라 유사니코틴이나 무니코틴까지 포괄적으로 규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진짜로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유사니코틴이 대량으로 수입 및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해성 검증은 물론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특히, '노니코틴', '무니코틴' 등 유사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전문가조차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유사니코틴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만큼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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