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배신 넘어 영광의 길 보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01 07:07  수정 2025.09.01 07:07

강성 지지자들 기꺼이 배신, “장동혁이라면 가능한 일!”

“내게 공천 부탁 들어온다”라는 전한길 놔두면 망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싸움꾼 찾나, 여당에 빠루 들자고?

당심과 민심 괴리, 윤석열-김건희 실패는 당원들 책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28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새 대표 장동혁(56, 보령, 서울대)은 배신이라는 말이 자기 이력서에 붙어 있는 사람이다.


한동훈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었을 때 초선인 그가 일약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다. 그 후 그가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바다.


탄핵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최고위원직을 사퇴, 한동훈 지도부를 붕괴시켰다. 한동훈이 의원총회에서 친윤계로부터 물병 세례를 받고 있던 무렵이었다.


‘커밍아웃’ 이후 장동혁은 내가 언제 친한계였냐는 듯 그 누구보다 선명하고 강경한 친윤 그룹의 신예 투사로 혁혁(赫赫, 장동혁의 赫 자와 같다)한 공을 세웠다. 성 바깥에 ‘의병대장’(장동혁의 표현) 전한길이 있었다면 안쪽에 친위대장 장동혁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1.5선(한동훈 대표 이전엔 보선 당선, 이후 총선에서 재선) 장동혁의 야망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당 대표를 노리고 있었으며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도 이제 그의 눈길 안에 있다.


그의 성공 가도는 화려했다. 그 가도에 배신 따위 딱지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특히 보수 진영에서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전근대적 용어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당해 본 정치인들만 안다.


이회창이 그랬고 유승민이 그랬다. 한동훈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수의 성향이 그렇고 수준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여기에 극성 틀튜브(보수 노인 팬들 대상 유튜브)들이 그것을 대형 확성기로 날마다 선전해대고 있다.


보수 재건을 위해 촌철살인으로 ‘배신’이 입에 붙은 강성들에 연일 쓴소리를 하는 작가 출신 평론가 오진영(61, 서울, 서울대)은 그의 당선에 대해 ‘장동혁의 삿대질이 김문수의 다리 찢기를 이겼다’라는 제목으로 평했다.


“두 후보의 대결은 같은 탄핵 반대 극우 유튜버들 윤어게인 정서 지지 세력들을 붙잡기 위한 ‘권위의 얼굴’ 경쟁이었다. 김문수의 체조는 ‘나 늙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였고, 장동혁의 눈 부릅뜬 삿대질 고함은 국힘당에 남은 짠물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기다리는 강한 지도자’의 화신으로 비쳤다.”

판사 출신 장동혁은 이렇게 강성(극우)으로 간판을 바꿔 당 대표에 오르는 변신에 성공했다. 보수 용어로 말하자면 배신이다. 이 배신은 시쳇말로 죄가 없다. 왜? 당원들이 열광했으니까….


그는 이제 또 한 번의 배신을 요구받고 있다. 그를 포함한 새 지도부가 연사 하나는 잘 골랐다. 지난주 국힘 연찬회에서 강연한 전 한국정당학회 회장 박명호(61, 경남, 동국대-미시간대)가 그를 초대해 준 장동혁에게 ‘배반’을 주문한 것이다. 보수가 배신이라는 조폭 용어 대신 변신이나 배반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의식, 풍조를 졸업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의 권력 실패는 윤석열(과 김건희)의 개인적 실패와 그 독립성과 기능을 상실한 당의 무능이 원인이다. 계엄-탄핵-대선 패배를 거치며 당심과 민심이 괴리됐다. 강성 지지자들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독재가 나을 수 있다’는 ‘극우 지수’도 높다. 새 당 대표가 지지층을 배반하지 않으면 ‘동전 던지기’ 식 승리밖에는 기대할 게 없다.”

장동혁의 삿대질과 고함은 잦아들었다. 당 대표가 됐으니 겉으로는 당연하다. 그러나 속마음도 그래야만 한다. 기꺼이 배신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가? 아직 아니다. “내게 지금 공천 부탁이 쇄도한다”라고 떠벌리는 전한길을 의병으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싸움 잘하는 사람을 공천하겠다고 공언한다.


지금 집권 여당 민주당은 예전의 야당이 아니다. 친일-친미 노선으로 속옷을 홀딱 벗은 대통령과 발맞춰 일단 여론의 최소한 절반 이상은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영악함을 보인다. 정청래가 천방지축이지만, 악역을 위한 짜고 치기 쇼일 수도 있다.


이런 정부 여당에게 빠루라도 들겠다는 것인가? 그러면 또 ’내란‘도 모자라 ’조폭‘이란 소리 듣는다. 참으로 한국 보수당다운 생각 머리다. 장동혁이 좋은 정책으로 싸우자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아스팔트와 회의장 내 투쟁을 뜻한 것 아닌가? 삭발하고 팻말 들고 마스크 쓰면 잘 싸운다는 말 들을 것으로 보는 한심한 발상이다.


장동혁은 당 대표 선거에 자기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듯 기고만장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혐오 인물, 극우 약장수 전한길과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만 한다. 의병이라 칭한 건, 의기소침했던 보수들이 지난 겨울 한낮의 꿈을 꾸게 한 그에게 보인 의리로 쳐 주겠다.


전한길은 ’제2의 명태균‘이 돼 보수를 또 한 번 말아먹을 위험하고 경박한 인물이다. 그를 그냥 놔두면 장동혁은 망한다.


“전한길을 품는 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 공천도 받을 수 있고, 다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선거 때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전한길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경쟁할 것‘이라고들 한다. 설령 내가 공천받는다 해도 대구시장은 경북대 선배인 이진숙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한다.”

장동혁, 이 난장판 당을 최소한 덜 어글리 하게 고쳐 볼 ’배신‘ 의지가 있는가? 그 배신은 무죄를 넘어 영광될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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