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있는 제안"…대통령실, 협치 의지 강조
"물밑 협의 중"이라지만 시기·방식 확정 안돼
특검 정국, 회동 성사 어렵게 만드는 변수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간 줄다리기가 주말 내내 이어졌다. 양측 모두 "물밑 협상 중"이라는 입장은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회동을 위한 실무 조율도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못한 채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회동은 현재 물밑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일정이 정해지는대로 공지하겠다"며 이 같이 전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7일 취임 축하를 위해 예방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밝히자 "단순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날 경우 야당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회동의 조건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만남 제안의 형태가 대통령과 제1야당 당수가 일대일로 만나는 영수회담이 아닌 '여야 지도부 간 회동'이라고도 규정했다. 장 대표가 '형식과 의제의 중요함'을 들어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해 강훈식 비서실장은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국민이 답답한 부분, 정치가 답답한 부분을 함께 해결해주는 마음으로 대통령실의 성의있는 제안을 헤아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회동을 '영수회담'이 아닌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규정한 시점부터 일대일 형식은 현실적으로 배제된 흐름이다.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독으로 마주 앉아 정국의 분기점마다 협치의 신호탄 역할을 해온 정치 협의의 형식이다.
국민의힘은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자회동에 응할 생각은 없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여야 지도부 회동을 이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간 일대일 회담과 연계해 협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전히 영수회담보다는 여야 지도부 회동 쪽에 무게를 두고, 만남 자체와 야당과 대화를 나선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이 자칫 과거 권위주의 정치 문화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용어 자체에 선을 긋고 있는 분위기다.
일대일 만남이 자칫 야당의 메시지만 부각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회동 형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정무적 부담을 덜어낸 상황에서 회동 무산의 책임이 야당 대표에게 전가되는 구도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이 대통령은 장 대표를 초청하면서 협치 시도의 장면은 확보했고 대통령실은 이를 성의 있는 제안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회동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이재명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대일 회동에 나서는 순간 그 자리는 장 대표의 공격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아내는 형국,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공식화하는 무대로써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단독으로 만날 수 있느냐가 회동 성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국 흐름 등 또 다른 변수들도 함께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은 앞서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의 완강한 반발로 불발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내란·채상병 사건에 대한 이른바 '3대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점을 두고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특검을 둘러싼 이 같은 대치 기류는 회동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정국 경색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검에 이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도 여야의 정치적 충돌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각종 개혁입법과 인사청문회,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도 여야 간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기국회 개원식에 '상복 차림'으로 참석해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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