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멀티플렉스들이 단편영화 단독 개봉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마련하면서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편 일색의 극장가에서 단편을 스크린에서 보는 일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유명 감독들의 이름값과 신인 창작자의 신선한 시선을 함께 내세우며 관객을 불러들이는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CGV는 지난해 11월 '숏츠하우스'를 출범시켰다. 한국영화와 상생하며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여정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이 기획이다. 앞서 손석구 주연 단편 '밤낚시'가 4만 관객을 모으며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새로운 영화에 대한 수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쇼츠하우스'는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 네오 소라 감독의 '슈가 글라스 보틀', '더 치킨', 프랑스 감독 코랄리 파르자의 '리얼리티+' 등을 스크린에 올렸다.
특히 네오 소라는 장편 '해피엔드'로, 코랄리 파르자는 '서브스턴스'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만큼, 관객은 자연스레 이들의 단편에도 궁금증을 갖게 된다. 장편에서 입지를 굳힌 감독의 단편을 극장에서 본다는 사실 자체가 관람 동기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단편이라는 포맷 전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메가박스도 27일부터 '짧은영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한 편씩 단편을 단독 개봉한다. 시작은 봉준호 감독의 단편 '지리멸렬'이다. 영화제 수상작과 신인 감독의 작품뿐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처럼 소문으로만 접하던 걸작 단편까지 포함하며 라인업을 다채롭게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장의 초기작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유도하면서도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조명받게 하는 전략적 설계로 단편을 독립된 작품으로 감상하게 하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이미 메가박스는 웰메이드 단편영화를 발빠르게 선보여 왔다. 칸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1등상을 수상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지난 6일 단독 개봉했으며, 지난 6월에는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과 '파라노이드 키드'를 연속 상영 형태로 단독 개봉한 바 있다.
산업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단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 다른 장편까지 관람하거나 팝콘·음료 등 부가 소비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문화적으로는 영화제나 온라인 플랫폼에 국한됐던 단편이 스크린에서 정식으로 상영되며 한국영화의 뿌리인 단편의 중요성을 깨울 수 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의 단편 상영은 한국 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히고, 극장을 장편 상업영화 중심에서 다양한 서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이 시도가 관객 유입·창작자 발굴·콘텐츠 다양성이라는 세 축을 함께 실현하며, 영화 생태계 새 활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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