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정권의 전리품 아니다" 해놓고…전리품 강탈 빌드업?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5.08.27 13:06  수정 2025.08.28 05:54

[데스크 칼럼] 여당 의원-KT새노조 "김영섭 KT 사장 퇴진" 한 목소리

조합원 30여명에 불과한 소수노조, 정권 바뀔 때마다 CEO 교체 요구

여당 '전리품 접수', 민주노총 산하 소수노조 '세 불리기' 이해관계 일치

KT새노조와 시민단체들이 20일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T새노조


“KT는 국민기업이자 소유분산기업으로서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나 전리품으로 전락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27일 이훈기 국회의원과 KT새노조 및 몇몇 시민단체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다.


백번 옳은 소리다. 다수의 주주로 지분이 분산돼 있고, 지배력을 행사할 대주주가 딱히 없다고 해서 ‘주인 없는 회사’ 취급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마치 전리품인 양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앉혀 놓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의 목적은 ‘KT의 전리품 전락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주최측은 ‘김영섭 사장 즉각 퇴진 촉구’를 주제로 내걸었다.


정권이 바뀐 시점에, KT의 전리품화를 막아야 한다고 해놓고, 기존 KT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내고 새 사람을 앉히겠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그러고 보니 ‘김영섭 퇴진’을 외치는 이들의 조합이 뭔가 수상하다. 이훈기 의원은 정권 교체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KT새노조의 다른 이름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KT지부다. 즉,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새로 바뀐 정권의 여당 국회의원과 새 정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 중 하나인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KT CEO 교체를 요구하다니, 결국 KT CEO 자리를 전리품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깔린 건 아닌지 의심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KT새노조는 ‘김영섭 사장을 필두로 한 지금의 경영진은 이전 정권에서 내리꽂은 낙하산’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KT 구성원의 전반적인 의견이라면 CEO 교체 주장의 타당성은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다.


KT새노조의 조합원 수는 30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노조 가입 인원의 0.2%다. 달랑 30여명이 1만5000 KT 구성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KT새노조는 이전 정권에서 CEO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며 지금의 김영섭 체제 출범에 일조하기도 했다. 2022년 말 구현모 당시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를 밝히자 KT새노조는 지속적으로 연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으로 구 전 사장은 연임을 포기했고, CEO 재공모 절차를 거쳐 지금의 김영섭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런 이력을 감안하면 김영섭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KT새노조의 태도 변화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KT새노조의 움직임은 교섭권을 가진 대표노조인 ‘KT노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체 노조원의 99.8%가 가입한 KT노조는 2년여 전 구현모 전 사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막상 김영섭 사장 취임 이후로는 현 경영진과 원만한 노사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런 전례와 두 노조의 인원 구성을 살펴보면, 다수의 구성원은 기존 경영진이 일정 기간 자리를 지키며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은 기존 CEO를 흔들고 새 CEO 선임 과정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세 불리기를 시도하는 패턴이 읽힌다.


‘KT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여당 의원에게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애초에 정권 교체와 함께 야당에서 여당이 된 곳의 소속 의원이 KT CEO 퇴진 목소리를 함께 낸다는 것 자체가 저의를 의심케 한다.


정부와 여당이 CEO 교체 과정에 개입할 경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은 KT CEO 자리가 새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 불리기’에 혈안이 된 소수노조에게 ‘전리품 챙기기’에 나선 여당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강력한 지원군이다. 양측의 요구대로 기존 CEO가 중도 사퇴할 경우 공석에 어떤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건 KT새노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먹음직스런 전리품을 노리는 새 정권의 여당과 그들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 산하 소수노조의 조합. 이들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KT의 흑역사를 당분간 더 연장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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