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르네상스 시동 걸었지만...인력 공백 '발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9.04 17:11  수정 2025.09.04 23:07

10년 새 인력 절반 ‘증발’...숙련공 부족·고령화 심화

수주 호황 속 인력난·노사 갈등에 불확실성 확대

생산 차질 우려 커져...“호황이 오히려 부담될 수도”

조선업 인력난이 업황 호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한·미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K-조선업의 ‘르네상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국내 현장에서는 인력난과 노사 갈등이 맞물리며 호황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 문제가 구조적 위기로 자리 잡으면서 특수를 맞은 시점에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조선업 근로자 수는 약 11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4년 20만3400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6년 불황기에 현장을 떠난 인력이 호황기에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숙련공 부족과 인력 고령화가 심화됐다.


같은 기간 조선업종 미충원율은 18.9%로 전체 산업 평균(9.6%)의 두 배에 달한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늘면서 사업체와 노동자 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장에서 가장 수요가 큰 직종은 판금·용접 등 금속 기술직이지만 신규 인력은 저임금 인식과 고강도 근로환경 탓에 기피하는 실정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며 수주 호황을 이어가는 반면, 정작 현장에서는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쿼터 확대 등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 인력의 평균 연령은 44~45세로, 불과 1년 전보다 높아졌다. 특히 중소 조선업체의 경우 4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60%를 웃돌아 고령화가 뚜렷하다. 업계는 매년 1만2000명가량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으며 2027년에는 부족 규모가 13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불거지며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자동차 노조는 동시에 부분파업에 돌입, 울산 산업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전날(3일) 4시간 파업에 이어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벌였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번째 부분 파업으로, 5일에도 7시간 파업이 예고됐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교섭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조는 부분파업을 반복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되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정안은 노조 쟁의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사업 통폐합 등 경영상 결정까지 넓혔다. 기존에는 쟁의 대상이 아니었던 합병 문제나 사업 재편까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지려면 원활한 공정 진행과 생산성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조선업 특성상 중대재해 사고와 노사관계 이슈 등으로 인해 공정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현장은 인력난과 노사 갈등으로 불안정해지며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호황에 걸맞은 생산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호황의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인력난과 잦은 파업으로 공정 차질이 반복되면 호황이 오히려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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