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AI 세상…금융투자업 패러다임도 바뀔까

자본시장연구원 10일 개원 28주년 기념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 컨퍼런스 개최

LLM 기반 협업 모델로 인간 워크플로우 자동화

금융 특화 트랜스포머로 예측 패러다임 바뀔까

인간 역할론도 강조…"인간 개입 중요"

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주제로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 ⓒ데일리안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AI 기반 혁신을 모색하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자료 검색에서 고도의 의사결정까지 AI 활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업계 패러다임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AI와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AI 기술 발전은 기존 투자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8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권 연구원은 최근 AI 기술 발전의 핵심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토대로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전트 기반의 자동화된 협업 모델 ▲금융 특화 트랜스포머를 통한 예측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랜스포머는 2017년 구글 소속 연구원들이 개발한 자연어 처리 모델이다. 문장 내 단어별 연관성을 가중치로 치환해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한 번에 여러 데이터를 다루는 병렬 처리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문맥 파악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가중치 조정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보니 대규모 확장이 가능했고, 이를 토대로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 개선(창발성)'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권 연구원은 "자연어로 된 방대한 문서, 인간 지식을 트랜스포머로 학습한 LLM을 활용해 인간 워크플로우를 모방하고 자동화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정혁 미래에셋증권 AI사이언스팀장은 "신상품 개발 시 관련 규정 등을 찾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관련 규정을 찾는 것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LLM을 도입해 어떤 규정과 법령을 따져봐야 하는지 정확하게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LLM 활용이 고도의 투자 판단 영역까지 확장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인간이 생성한 정보를 토대로 발전하는 LLM 특성상, 편향 답습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익스플레이너 홈페이지 갈무리

일각에선 '인간 정보'의 한계를 불식할 '금융 특화 트랜스포머 모델'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금융데이터를 제공하면, 문맥을 파악하듯 유의미한 관계나 패턴을 찾아낼 거란 관측이다.

권 연구원은 "데이터를 직접 트랜스포머에 학습시키면, 단어 간 가중치에 기초한 문맥 파악 능력을 응용할 수 있다"며 "트랜스포머가 학습한 데이터의 유의미한 관계나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남긴 기보를 학습해 바둑기사들을 꺾은 '알파고 마스터'를, 바둑 규칙만 학습한 '알파고 제로'가 압도했듯,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권 연구원은 "복잡하고 동적인 종목 간 상호관계를 탐지하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아 인간의 눈에는 비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패턴까지 포착할 수 있다"며 "이는 논리적 설명 가능성보다 예측 성능 자체에 집중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 데이터로 직접 트랜스포머를 학습시킨다면 금융 분야에서도 AI가 우리 인간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묘수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2017년 트랜스포머 모델의 기반이 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 표지(자료사진) ⓒ구글

이날 컨퍼런스에선 AI 활용 가능성과 별개로 '인간 역할론'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AI가 인간의 조력자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인간이 키를 쥐고, AI가 어떻게 결론에 다다랐는지 사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로착 아그라왈(Rochak Agrawal) UBS 전무이사는 "인간 개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AI 결과물을 보고 '인풋'을 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제안하더라도 승인은 인간 개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그라왈 이사는 "AI는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역(playground) 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AI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로깅(logging)'이 안되면 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