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짜인 코미디의 경계를 오가며 사건·사고를 ‘웃음’으로 승화하는가 하면, ‘청소년 관람불가’를 내 건 오프라인 코미디가 관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개그콘서트’, ‘코미디 빅리그’ 등 TV 플랫폼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존재감이 줄었지만, 그 자리를 ‘다양한’ 코미디 콘텐츠들이 채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미디 장르의 다양성이 확대된 것은 반갑지만, ‘과감한’ 시도 뒤 ‘깊은’ 고민이 따르고 있는지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대표적인 장르는 스케치 코미디다. 지금은 부활해 방송 중이지만, 지난 2021년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며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짧고 유머러스한 상황극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숏박스의 김원훈, 조진세와 이들의 콘텐츠에서 역량을 보여준 엄지윤이 ‘공채 코미디언’ 시절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이창호, 김민수 등이 각각 ‘빵송국’, ‘피식대학’ 채널에서 자신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 ‘부캐’(부캐릭터)를 생성해 대중들에게 ‘공감 가는’ 웃음을 선사하며 ‘대세 코미디언’이 되기도 했었다.
공감을 유발하는 ‘현실적인’ 전개를 실현케 하는 코미디언들의 ‘디테일한’ 연기를 바탕 삼아, 이를 코믹하게 풀어내며 끌어내는 ‘공감 가득한’ 웃음이 젊은 층의 호응을 유도한 것. 이 흐름을 쿠팡플레이 ‘직장인들’ 시리즈, SBS ‘마이턴’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페이크 다큐와 콩트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중이다.
두 번째 시즌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직장인들’ 시리즈는 ‘월급 루’팡과 ‘칼퇴’를 꿈꾸는 DY기획의 찐 직장인들과 스타 의뢰인의 심리전 속에서 펼쳐지 오피스 생존기를 담고 있으며, SBS ‘마이턴’은 ‘한탕’을 노리는 일곱남자의 선넘는 페이크 리얼리티쇼를 표방하고 있다. ‘직장인들’ 시리즈에서는 신동엽, ‘마이턴’에서는 이경규가 중심을 지키는 한편, 콩트 연기에 능숙한 숏박스 김원훈과 코미디언 이수지가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활약하며 이것이 ‘대세 장르’가 됐음을 실감케 한다.
‘직장인들’에서는 회사를 배경으로, ‘마이턴’에서는 가수 기획사를 배경으로 각자의 역할을 소화 중이다. 다만 큰 설정은 두되, 현실과 판타지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재미를 유발하는 방식은 같다.
다만 ‘리얼리티’를 현실 속 논란 또는 사건·사고로 채우는 것엔 갑론을박이 따르기도 한다. ‘마이턴’에서는 약물 운전 혐의로 논란이 됐던 이경규의 사건을 끌어와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직장인들’에서는 혜리의 일명 ‘재밌네’ 대첩을 언급해 웃음 유발 도구로 활용하는 등 웃어야 할지, 정색해야 할지 망설이는 그 순간을 하나의 유머 코드로 활용 중이다.
이 같은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TV, OTT 플랫폼 시청자들에겐 ‘새 도전’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그 ‘선’을 지키는 것이 하나의 숙제로 남은 것. ‘직장인들’ 시리즈로 인터뷰에 나선 김원훈 또한 “특별한 기준은 없다”며 혜리 관련 코미디 시도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후 ‘아 이 정도는 괜찮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장르 다양성 확대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 유튜브 플랫폼 속 스케치 코미디 인기가 한때는 ‘B급 예능’으로 치부되던 ‘페이크 다큐’의 부흥을 이끈 것은 코미디언들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한’ 시도가 될 수 있다.
‘개그콘서트’는 사라졌다가 부활하고, tvN ‘코미디 빅리그’는 잠정 폐지가 된 현재, 유튜브는 물론 서울 홍대의 소극장 등 오프라인 무대에서 ‘과감한’ 코미디에 눈을 뜬 관객들을 겨냥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TV 프로그램에선 차마 하지 못했던 개그를 선보이겠다며 ‘청소년 관람불가’ 공연을 선보이는 코미디언 안영미까지, ‘달라진’ 시대가 코미디언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부여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안영미가 최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등에서 선보인 스탠드업 코미디가 ‘야한 농담’ 이상의 의미를 끌어내진 못했으며, 여전히 그 ‘선’을 타는 ‘농담’ 수준으로 재미를 자아내는 김원훈 등 ‘한계’도 여전하다. 그들이 얻은 자유를 재미는 물론, 의미까지 획득하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현재 그들에게 남은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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