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으로 성장 동력?”…‘文정부 시즌2’ 회의론 고개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9.16 07:13  수정 2025.09.16 07:13

내년도 예산 728조원 확정, 역대 최대 규모

내년 한 해에만 나랏빚은 140조원 이상 증가

“재정만으론 경제 개선 효과 미미…국가채무만 급증” 우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확장 재정을 거듭 강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연상케 한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 정부 시절에도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재정 확대가 이어졌지만, 경제 체질 개선 효과는 미미했고 국가채무만 급증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신속한 추경,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7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각종 경기지표들도 상승으로 반전되고 있다”며 확장재정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확장적 재정은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왜 이렇게 빚을 많이 졌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있는 재정으로 운영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728조원으로 확정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8.1%) 늘어난 규모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 한 해에만 나랏빚은 140조원 이상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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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두는 우(愚)를 범할 수는 없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비유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소극적 재정 운용은 성장률을 낮추고 세입 기반을 축소시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기의 경험을 망각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경상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확장 재정을 지속했지만,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은 뚜렷한 개선세를 기록하지 못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을 그대로 둔 채 돈만 푸는 것은 씨만 뿌린다고 자동으로 발아가 되는 것과 같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했지만, 경제 체질이 강화됐다는 증거를 찾기 힘든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공감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재정만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점이 문 정부 시기에 이미 확인됐다”며 “개인이나 기업이었다면 이 정도 속도로 빚을 늘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더욱이 경제성장률이 1%대인 상황에서 성장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네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가 올 상반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소비·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가 낮아져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성장 해법처럼 강조하는 건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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