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지난 수년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현금성 지원과 수당을 쏟아냈다. 이처럼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의 결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다.
출산 장려금과 아동수당, 각종 현금성 지원이 이어졌지만 인구 감소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돈이 아니라 주거·일자리·돌봄 같은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거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같은 구조적 문제다. 단순히 현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는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려 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역시 같은 의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부터 시범사업 공모를 시작해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6개 군을 선정한다. 2026년부터 2년간 주민 모두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복원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월 15만 원으로 소멸 위기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까.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은 냉정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이동 현황을 보면, 20년간 수도권으로 이동한 비수도권 청년층(19~34세)은 일자리와 교육을 이유로 대거 빠져나갔다.
농촌에 남지 않는 건 생활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일할 곳과 배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현금성 지원은 인구 유출을 늦추지도, 되돌리지도 못한다.
소비 위축 역시 구조적이다. 인구가 줄면 상권은 무너지고, 남은 주민조차 온라인 소비로 돌아서면서 지역 내 화폐 순환은 줄어든다. 지역화폐를 준다고 해도 소비할 상점이 없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의 의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소멸 위기 지역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기본소득 제도의 실험적 의미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저출산 정책에서 이미 확인했듯, 현금성 처방은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듯, 농촌을 떠나는 이유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촌을 살리려면 인프라를 바꿔야 한다. 일자리, 교육, 의료, 교통, 주거 같은 기본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부가적인 장치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 정부가 소멸을 막겠다면 먼저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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