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방한' 무게…정상회담 이뤄질까
성사되면 6년만…APEC '협상 무대' 발전
"보호주의 반대" vs "한미협력 강화"
미중 벌써 신경전…李 '균형 외교' 시험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20년 만에 의장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일 기회로만 평가됐지만, 미중 정상 방문이 점쳐지면서 '외교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중 관세·무역 갈등과 대립이 한국에서의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이 지어질 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양국은 APEC 회원국이지만,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여파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다음 개최국 정상이 이번 개최국에 방문하는 관례에 따라 시 주석의 참석이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이다.
정부는 우선 미중 정상의 APEC 참석에 무게를 두고 정상회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이날 베이징으로 떠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김포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APEC 회의에 시 주석이 방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은 경주 APEC에서도 만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로써 큰 변수가 없는 한 미중 정상의 방한은 유력해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전 세계의 관심사다. 이번에 회담에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은 지난 2019년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담 이후 6년 만에 한자리에 서게 된다. 미중 관세·무역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가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장소로 부상하는 이유다.
정부는 큰 기대감을 가지는 분위기다.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였지만,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단순 개최국을 넘어 '외교 협상 무대'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지난달 29일 APEC 점검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의 참석을 포함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더 큰 국제적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가 될 것 같다"며 "한국의 문화적인 품격과 우수함을 보여줄 수 있느냐도 있지만, 전체적인 국가 이미지를 얼마나 높일까 하는 것도 연동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과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한 후속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차 회담이 진행된다면, 양국 실무·고위급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미중 간 협상이 관세를 포함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6년 전에 만나고 이후로는 못 만났다"면서 "경주 APEC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는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국익을 위해 제대로 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미중 정상의 방한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양국 간 신경전이 APEC 정상회의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중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개최한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미국 내 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처분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무역협상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가 해결되면서 갈등 국면은 진정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중국의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구매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현실화될 수 있지만, 결렬되면 다음 협상 무대는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오는 11월 10일인 만큼, 종료 시점을 앞두고 무역 합의 윤곽을 잡고 10월 31일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에서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간 신경전이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은 APEC 정상회의를 미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16일 사설을 통해 "일방주의·보호주의가 심해지는 도전에 직면해, 자유무역과 경제 세계화의 지지자이자 수혜자인 한중이 완전히 이번 (APEC 정상회의) 기회에 개방적·포용적인 지역 협력 정신을 함께 제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 APEC에서 한중이 보호주의에 반대 목소리를 내자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한미 산업 간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탓에 미중 경쟁 속 우리의 '균형 외교'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윤 대사대리는 "한미 산업 간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재활성화하고 해양 능력을 강화하고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국 발전 성장을 이끌거라고 본다"며 "한미동맹은 이제 새로운 위협, 새 현실에 맞춰 적응·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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