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해고된 가장의 극한 선택과 도덕적 딜레마를 그리며, 전작과는 다른 강렬한 색채로 관객과 만난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어쩔수가없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인 '어쩔수가없다'는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은 전체적 연출 주안점에 대해 "등장인물들은 서로 의존하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각자 따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니란 것이 특징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게 원작과도 다른 점이다. 만수를 중심으로 부인 미리(손예진 분)의 역할도 커졌다. 민수는 미리라는 존재 없이는 행동의 동기가 설명되지 않은 만큼 많이 의지한다. 범모(이성민 분), 시조(차승원 분), 선출(박희순 분) 세 남자들도 만수와 무언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수의 범행은 자신의 분신을 하나씩 제거하는 일이다. 벌레가 배나무잎을 갉아먹듯,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어쩔수가없다'가 전작 '헤어질 결심'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고 강조하며 "전작과 비교를 스스로 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겁도 난다. 나는 심지어 전작과 상반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감독이다. '헤어질 결심'이 시에 가깝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 같다. 이번 작품은 남성성이 강한 영화다. '헤어질 결심'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저의 새로운 면을 보고 즐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바랐다.
영화에서는 원작에는 없는 만수 딸 리원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 박 감독은 "리원은 만수, 미리 부부에게 큰 부담인 존재다. 독립적인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만수로 하여금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라며 "리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점차 무언가가 드러난다. 또 엉뚱한 상황에서 남의 말을 인용하는데 맥락을 알 수 없지만 암시적이기도 해서 전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 같은 예언자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벌레 때문에 나무가 다 죽어간다'는 말을 듣고 민수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존재를 상상해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극중 만수가 겪는 딜레마를 통해 관객들에게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인물들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올바른 길이냐는 질문에 빠진 사람들이다.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빠진 사람을 묘사하면, 도덕절 질문을 관객이 공유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함께할 수 있다.이 같은 윤리적인 고민을 깊게 해볼 기회를 제공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박찬욱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관객상,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병헌은 "제가 지금까지 본 상황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레드카펫을 밟고 홍보 활동을 할 때 어딜가나 모두가 알아봐줬다. 당연히 감독님이야 거장이라 모두가 주목했고, 저희 배우들의 팬들도 있었다. 모든 콘텐츠를 이 분들이 다 보시는구나 싶었다. 영화제를 돌며 정말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기뻐했다.
손예진은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었다. 베니스에서 놀란 건 영화광이 아니면 잘 모르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지나가면 '마에스트로' 하면서 환호했다. 이병헌 씨를 보면서도 '미스터 리'라며 사인을 받아갔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 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설레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박희순은 "한국말로 연기하고 우리말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 해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었다. 다들 큰 반응을 주셔서 뿌듯했다"라고 전했고, 이상민은 "내가 이렇게 대단한 감독님과 함께하고, 그 분 작품에 출연한 것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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