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뷰티 CEO들 세대교체 주도…정부 3대 패키지로 뒷받침
AI로 무장한 민간 솔루션,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적극 지원
국내 K-뷰티 산업이 세대 교체와 함께 새로운 글로벌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주역은 1980년대생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1988년생)는 시가총액 기준 뷰티 업계 1위에 올랐고, 구다이글로벌의 천주혁 대표(1987년생)는 매출 기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승무원 미스트’로 잘 알려진 달바글로벌의 반성연 대표(1981년생) 역시 대표적인 신세대 리더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작부터 글로벌 온라인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중국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 구조가 아닌 북미, 유럽, 동남아 등 다변화된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SNS와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전략을 전개했다. 특히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디지털 세대 CEO들의 강점을 집약한 무기다.
시장도 그에 부응하고 있다. 틱톡과 글로벌 마케팅 분석기업 칸타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류 시장의 잠재 규모는 약 1980억 달러(약 27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이 K-뷰티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후광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틱톡 사용자 10명 중 9명이 플랫폼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고, 76%는 한국 스킨케어 제품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글로벌 수요는 채용 시장에서도 뚜렷한 신호로 나타난다. 뷰티 특화 채용 플랫폼 코공고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마케팅 직군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업 경험과 현지 캠페인 운영 역량을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며, 해외 마케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뷰티 브랜드 ‘비나우’는 신입 글로벌 마케터에게 초봉 5700만원을 제시하며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곧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마케팅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틱톡, 릴스 등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면서 브랜드 자체 광고보다 훨씬 높은 도달률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브랜드를 접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중소 브랜드에게 이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현지 인플루언서를 찾고 섭외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되며, 언어·문화 장벽으로 인한 소통 비용도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복잡한 관세 처리와 통관 업무, 현지 규제 대응까지 고려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장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최근 업계에선 AI 기술을 접목해 효율과 효과를 보장하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동화 AI 솔루션 '스프레이'를 통해 올리브영, CJ온스타일, 구다이글로벌과 같은 플랫폼 및 중소형 뷰티 브랜드들의 글로벌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센드랩' 기능은 북미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협업 제안에서 70%를 초과하는 확인율을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20%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기존 솔루션 대비 70% 절감된 비용으로 제공되어 AI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 지원을 실현하고 있다.
관세 분야에서도 유사한 AI 혁신이 등장했다. 위레이저가 선보인 ‘AI 관세사’는 복잡한 HS코드 분류와 관세 계산, 의견서 작성 등을 자동화한다. 평균 24시간 이상 소요되던 업무를 10초 이내로 단축시키고, 관세는 20% 이상, 인건비는 60%가량 줄여주는 등 실제 비용 절감 효과를 실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관세 정책에 대응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K-뷰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 뒷받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세·자금·물류를 아우르는 ‘3대 수출 패키지’를 본격 가동하며, 수출다변화 특례보증은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국제운송비 지원 한도는 기존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상향됐다.
K-뷰티 클러스터 조성도 추진 중이다. 체험, 관광, 산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설계돼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에는 화장품 전용 물류센터 2곳을 신설하고,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벤처캠퍼스를 세워 한국 뷰티 브랜드들의 미국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는 더 이상 K-팝의 후광에 기대는 산업이 아니다"며 "디지털 세대 CEO들의 전략적 기획력, 기술을 통한 마케팅 자동화, 정부의 정책적 의지까지 삼박자가 맞물리며 독자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K-뷰티는 단순한 한류 콘텐츠가 아닌 세계 시장에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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