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농 이영권 씨, 농지이양 은퇴직불 참여
10년간 매월 13만 원 직불금 수령
고령농 은퇴 지원·청년농 세대교체 목적
“농사는 군대 다녀온 3년 빼고는 평생 지었지. 스물여섯 살부터 시작했으니 40년 넘게 논밭에서 산 셈이야. 그런데 이제는 힘에 부쳐서 그만해야겠다 싶었어.”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서 농사를 지어온 67세 이영권 씨는 올해를 기점으로 농업 현장을 떠났다. 스물여섯 살 무렵부터 벼와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평생을 농사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체력적으로 버겁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선택한 은퇴 방식은 ‘농지이양 은퇴직불사업’ 참여였다. 이 사업은 만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매도하면 매도 대금과 함께 일정 기간 은퇴 직불금을 지급받도록 설계돼 있다. 1997년 도입한 뒤 지난해 제도를 확대·개편하면서, 현재는 최대 10년간 매월 지급이 가능하다. 농지를 정리한 고령 농민에게는 은퇴 후 소득을 보장하고, 확보된 농지는 청년농에게 연결돼 농업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씨는 논 2654㎡를 매도하며 ‘분할지급형’을 선택했다. 땅값은 따로 받고, 면적에 비례해 매월 약 13만 원의 은퇴 직불금을 10년간 받게 된다. 제도상으로는 은퇴 농민이 생활 안정 자금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참여 계기는 다소 우연했다. 그는 원래 논을 시장에 내놓고 매수자를 찾던 중, 마침 청년농 후계자가 매입에 나서면서 이 제도를 알게 됐다. 당시 농어촌공사를 통해 매매 절차가 진행됐고, 그때부터 은퇴 직불금 지급도 함께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논을 팔려고 내놨는데 마침 후계농이 농지를 보러 왔다”며 “그 과정에서 이 제도를 알게 됐고, 매달 직불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비 전부를 충당할 만큼의 금액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은퇴 후에도 일정한 지원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늙어서 한 달에 조금이라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게 고맙다”며 “용돈 수준일지라도, 꾸준히 나온다는 게 마음을 놓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놓이는 것은 자신이 일궈온 땅이 청년농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씨를 뿌듯하게 한다. 매도 이후에도 가끔 찾아가 보면, 청년농이 시설을 확충하고 현대적인 농법으로 땅을 가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 번 (매도한 농지) 가보니까 어마어마했다”며 “내가 판 땅에 시설이 잘 들어서고, 농사도 현대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마트팜 등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것 같던데, 그런 걸 보니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생을 일해온 내 농지에서 이젠 청년농이 이어 받아 더 잘해나가고 있으니 너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사업은 고령 농민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을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영권 씨의 사례처럼 우연히 시작된 참여라도, 결과적으로는 세대교체라는 제도 취지가 살아난다.
그는 “고령농에게는 은퇴 후 생활 기반을, 청년농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제도라면 서로에게 좋은 일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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