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유발한 분양가 상한제…높아지는 규제 해소 목소리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9.25 07:00  수정 2025.09.25 07:00

무주택 서민 ‘내 집 마련’ 부담 줄여주는 게 목표인데

“청약 당첨만 되면 확정 수익 발생”…청약시장 왜곡

과열된 경쟁에 부정청약도…“현금 부자도 뛰어든다”

ⓒ뉴시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로또청약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된 안전 마진을 기대하는 수요들이 몰리면서 정작 서민들의 주택 마련의 길을 터준다는 본래 목적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수도권에서 공공분양을 통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할 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9·7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에서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급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앞으로 수도권 곳곳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청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서민에게 주택공급 허들을 낮춰주기 위해 적용됐다. 현재 공공택지지구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민간택지에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시세 대비 60~80% 수준으로 분양가격이 정해져 안전마진이 보장되는 구조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로또’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이 차익은 당첨자인 수분양자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청약경쟁 과열은 물론 위장전입 등 부장청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의 시세차익은 수 억원에 달한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분양 단지들은 시세 자체가 높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무주택 서민들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가격대로 분양가가 책정되는데 인근 단지 대비로는 큰 안전마진이 보장되면서 현금부자들의 로또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최근 진행된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에 대한 1순위 청약 결과 110가구에 6만9476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631.6대 1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규제 시행 후 분양돼 최소 6억~13억원의 유동성이 갖춰져야 분양 받을 수 있는 단지지만 시세차익 기대감으로 신청이 줄을 이었다.


공공분양 단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9·7 주택 공급 대책을 토대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노후화된 공공임대주택이나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공공분양이 이뤄질 예정인데 이 역시도 로또청약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진행한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주택의 일반공급 본청약 당시에도 22가구 모집에 2만5253명이 접수해 평균 11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3년 6월 사전청약을 진행했을 때에도 특별공급 176가구에 2만1000명이 몰려 경쟁률이 121대 1, 일반공급 79가구에 5만1000명이 몰려 64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공공분양임에도 전용 59㎡ 평균 분양가가 9억5202만원으로 책정돼 무주택 서민이 접근하긴 어려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인근 단지 시세가 15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어 청약 신청이 몰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청약에 당첨만 되면 확정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과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을 때는 주택공급 과정에서 시행까지 주도하던 건설사가 이윤을 줄이고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춰주는 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시점에선 이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 아무리 분양가 상한제 단지라고 해도 서울에선 공급가격 자체가 높은데 이런 아파트를 청약하는 수요자들이 서민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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