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견제, 다양성은 방치…영화계의 모순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9.25 10:28  수정 2025.09.25 10:29

한국 영화계가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 약속을 받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팬데믹 이후 극장가와 투자 시장은 연이어 부진을 겪자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영화 부흥을 위한 지원 의지를 밝히고 내년 영화 분야 정부 예산을 올해보다 669억 원(80.8%) 늘린 1498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영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으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우리 영화의 판로를 새롭게 개척해 영화계 르네상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원 확대가 곧바로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뒤따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원금의 흐름이 다양성 확대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와 지원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흥행 가능성에 집중돼 있어, 이름값 있는 감독이나 배우, 화제성 높은 소재가 우선시 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스타 군단이 이끄는 블록버스터조차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백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영화는 흥행 실패 시 손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투자사들이 점점 더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로 인해 대작뿐 아니라 중간 규모 작품, 실험적 영화까지 모두 제작이 어려워 지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아무리 지원금을 확대해도 심사와 배급 구조, 그리고 관객의 소비 습관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양성 확대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영화 위기론이 거론될 때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 영향력을 경계하는 논의가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이를 대체할 국내 콘텐츠는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작품의 서사나 장르가 파격적이지 않고 비교적 잔잔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기존 투자 구조에서는 기획 단계에서 쉽게 배제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제작을 맡으면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는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다. 지금의 투자 구조에서는 다양한 서사를 담은 중·소규모 영화들이 관객을 만나보기 전부터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아니면 이러한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없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가 부재할 때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한국영화계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라며 "한국영화가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저 예산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다양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심사와 배급 구조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넷플릭스를 단순한 경쟁자로만 규정하기보다 그들이 구축한 성공 사례들을 분석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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