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계약·기자재 제작 본격화...5년치 일감 확보
AI 수요·에너지 안보 맞물리며 대형 원전 재부상
“경주 APEC 계기 한미 원전협력 재부각” 전망도
미국에서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 원전 기업들의 기회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이는 인허가 속도전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주도 본격화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원전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면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데이터 수요 폭증과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가 맞물리며 원전 부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공급망 참여 가능성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SMR 시장은 이미 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뉴스케일 파워가 테네시밸리전력청(TVA), 엑스에너지가 영국 센트리카와 각각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 SMR 계약을 추진하면서 내년부터 기자재 제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대 초반 단계적 운영을 목표로 하는 만큼 향후 5년 이상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 기준 20기 생산 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스케일 파워와 엑스에너지의 대형 계약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SMR 수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2GW 모두 진행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는 5년치 일을 확보한 셈이고, 이외 진행될 프로젝트도 감안하면 증설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대형 원전도 부활 조짐이 뚜렷하다. 미국 텍사스 아마릴로 인근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마타도르(Project Matador)’는 총 11GW 규모의 전력 단지로 대형 원전(AP1000) 4기와 2GW 규모 SMR, 가스·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결합된 초대형 사업이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에너지 장관을 지낸 릭 페리가 공동 설립한 신생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원전 캠퍼스 명칭이 ‘도널드 J. 트럼프 원전’으로 정해지며 정치적 후원의 색깔을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신규 원전 인허가를 18개월 내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과거 최소 3년 이상 걸렸던 절차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초고속 일정이다. 여기에 최근 페르미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자금 조달에 나선 점은 프로젝트 개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사업에는 국내 기업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7월 기본설계(FEED) 협력에 착수했고, 8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이 개발 수행과 지분 투자·기자재 공급 가능성을 포함한 MOU를 체결했다. 두산은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 기자재까지 공급을 준비하며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원전’은 미국 내에서 가장 공격적인 원전 프로젝트지만 단일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말부터 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미 원전 협력이 구체화될 계기로 꼽힌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밸류체인이 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원전 시장이 급박하게 개화하면 한미 원전협력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면서 “대형원전과 SMR 시장의 성장 동력은 꾸준히 구체화됐고, 경주 APEC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원전협력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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