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I 패권 잡기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혈안’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9.28 07:07  수정 2025.09.29 05:32

세계 GPU컴퓨팅 역량의 75%인 美에 비해 中은 15%에 불과

中, 美 ‘스타게이트’에 맞서 매머드 데이터센터 단지 건설 중

안후이성 우후시 섬 농지에 53조 들여 307만㎡ 규모로 조성

美 오픈AI, 엔디비아와 함께 데이터센터에 1000억 달러 투자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래리 엘리슨 오러클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배석한 가운데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올인’(all-in·다걸기)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AI 데이터센터 구축울 통해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데 모아 AI 모델이라는 ‘뇌’가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대형 AI 인프라 개발계획인 스타게이트에 맞대응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를 새로 구축하는 한편 전국 곳곳에 산재한 주요 데이터센터도 통합하는 매머드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매머드 데이터센터 단지는 중국 중부 안후이(安徽)성의 농업 도시 우후(蕪湖)시의 760에이커(약 307만㎡·93만평) 크기의 섬 농지에 조성하고 있다. 우후는 중국판 ‘스타게이트’를 만들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도시다. 도시 전체에 모두 15개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세워졌고, 총 투자 규모 또한 2700억 위안(약 53조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 건물은 중국의 스타게이트를 건설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AI 자본 지출(CAPEX)액은 980억 달러(13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데이터센터 단지는 중국 경제의 핵심인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등이 포함된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 경제권과 가까워 이 지역 AI 추론 수요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후시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중국전신(中國電信·China telecom), 중국연통(中國聯通·China unicom), 중국이동(中國移動·China mobile) 등이 운영하는 AI 데이터센터 새로 4곳이 들어섰다.


지금까지 370억 달러가 투자됐다. FT는 “지방 정부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반도체 비용의 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급증하는 AI 수요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세운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톈진에 있는 텅쉰(텐센트)의 데이터센터 전경.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 텅쉰 홈페이지 캡처

중국이 매머드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에 나선 것은 AI 컴퓨팅 역량에서 미국과 심각한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AI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미국은 세계 GPU 컴퓨팅 역량의 75%가량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중국은 점유율 15%로 미국과 격차가 매우 크다.


올해 1월27일 전 세계에 ‘선두추숴(深度求索·DeepSeek) 충격’을 던지며 AI 역량을 마음껏 과시한 중국이지만,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GPU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타, 구글 등 미국 빅테크(기술 대기업)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첨단 AI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부터 간쑤(甘肅)성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 산간 오지에 데이터센터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의 데이터를, 전력이 풍부한 서부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8개 지역에 걸쳐 10개 대규모 데이터센터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에 투입된 예산만 지난해 8월까지 61억 20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한갓진 산간 오지에 만들어진 수많은 데이터센터가 사실상 수요 부족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전국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남는 계산 자원을 필요한 곳에 분배해 수요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화웨이, 중국전신 등의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통합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작업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언어모델(LLM) 훈련 효율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화웨이 측은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는 향후 3년간 AI 인프라에 3800억 위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매출의 10%(100억 달러 이상)를 AI 인프라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 업체 텅쉰(騰訊·Tencent)는 지난 17일 9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촬영된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단지 전경. ‘스타게이트’ 첫 거점 지역인 이곳 데이터센터는 8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1개 동은 23일 가동에 들어갔고 또 다른 동은 완공 단계에 있다. ⓒ AP/연합뉴스

이에 뒤질세라 미국도 반격에 나섰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AI 선두업체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22일 발표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사용해 오픈AI 모델을 학습·배포할 수 있는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10GW는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에서 800만 가구 이상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파트너십의 세부 사항은 앞으로 수주 안에 확정된다. 두 회사는 이날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이번 투자를 통해 오픈AI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엔비디아는 초기 100억 달러를 첫 1GW 규모의 컴퓨팅 파워가 배치될 때 투입할 에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모든 것은 컴퓨팅에서 시작된다"며 "컴퓨팅 인프라는 미래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고 우리는 엔비디아와 함께 구축하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AI 혁신을 창출하고 이를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미 경제매체 CNBC방송에 “이 프로젝트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며 “GPU 400만∼500만개에 해당하는 10GW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하할 총량과 같고 지난해 출하량의 2배”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주간 활성 이용자 7억명 규모의 챗GPT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에 최첨단 AI 칩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도 오픈AI를 주요 고객으로 유지해 AI 칩 시장 경쟁에서 확고한 우군을 확보할 전망이다.


오픈AI는 앞서 지난 1일에도 인도에 최소 1GW급 대형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는 인도에 최소 1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센터 설립 시기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자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더욱이 인도 내 대규모 데이터 센터는 현지 사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 데이터 주권 우려 완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오픈AI는 인도를 위한 대형 및 소형 언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12억 달러 규모의 ‘인디아AI 미션’ 프로젝트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 용어 설명


스타게이트(Stargate)는 미국 오픈AI와 미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그룹이 주도하는 AI 합작 벤처회사 프로젝트이다. 2029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4년 간 최대 5000억 달러가 투입한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초기 10개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으며, 30개국 이상이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최대 520MW 규모로 확장될 수 있는 노르웨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AI기업 G42와 함께 아부다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도 진행하고 있다.


오픈AI와 오라클이 텍사스주 애빌린에 건설한 스타게이트 첫 번째 데이터센터는 지난 23일 가동에 들어갔다. 2026년까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GB200을 6만 4000개를 장착할 계획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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