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공세와 판타지의 조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매혹적인 ‘프랑켄슈타인’ [30th BIFF]

데일리안(부산) =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9.26 14:01  수정 2025.09.28 15:39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매혹적인 판타지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으로 괴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그가, 이번에도 매혹적인 면모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 분)이 위험한 실험을 통해 탄생시킨 크리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서사 자체는 익숙하다. 영화로, 또 뮤지컬로 제작이 될 만큼 익숙한 고전 작품으로, 2025년 버전 ‘프랑켄슈타인’은 ‘괴수 영화’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색깔이 덧입혀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그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킨다.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 안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크리처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배경부터 그들의 관계성, 나아가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크리처의 내면 갈등까지. 방대하지만, 친절한 서사를 그만의 색깔로 풀어낸 ‘프랑켄슈타인’을 접하는 흥미가 확실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유년 시절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특유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미쟝센으로 ‘프랑켄슈타인’만의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크리처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감옥 바깥으로 나와,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포착하며 자연스럽게 ‘프랑켄슈타인’의 압도적인 비주얼에도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현실, 또는 인간을 은유하지만, 우선 완벽히 새로 구축된 세계관 안에서 즐기는 기예르모델 토로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 재미가 이번에도 ‘매혹적인’ 괴수 영화를 탄생하게 한다.


인간과 괴물 사이, 모호한 정체성을 기묘한 비주얼로 구현해 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차별화된 크리처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천재 과학자의 욕망을 광기 어리게 표현하면서도, 크리처 프랑켄슈타인을 향한 복수 이면에 묻어나는 집착과 애증 등 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낸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도 ‘프랑켄슈타인’과 조화를 이룬다.


이를 채우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섬세한 감성도 더 긴 여운을 느끼게 한다. 집착과 애정이 뒤섞인 박사-크리처 프랑켄슈타인의 관계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깊이감을 더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프랑켄슈타인’이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환상적인 비주얼이 이 영화의 여운을 배가하는 만큼, 영화관 관람이 뒷받침되지 않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공개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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