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불' 발언에 원·달러 환율 1410원대 돌파…고환율 장기화 우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9.28 06:51  수정 2025.09.28 06:51

환율, 전 거래일 대비 11.8원 오른 1412.4원 마감

전날 '심리적 저항선' 무너진 가운데 이어 10원↑

금값도 소폭 상승…1kg 금 현물 g당 17만988원

"트럼프 발언 환율 상승 촉매…내년 1500원 가능성도"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하며 넉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데 이어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이 고조된 영향이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00.6원)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 종가가 141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15일(1412.1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부터 사흘째 상승세다. 특히, 전날(25일)에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하루만에 10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 배경으로는 간밤의 달러 강세가 꼽힌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영향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를 전기 대비 연율 3.8%로 발표했다. 지난달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p) 높아진 수치로, 2023년 3분기(4.7%)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 경제 호조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98.50으로 2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현재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 합의했으나 자금 조달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간밤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와 관련해 "선불(upfront)"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다.


국제 금값도 경제 지표와 함께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0.1% 오른 3771.1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 초반에는 최대 0.6%까지 올랐다가 한국시간 기준 26일 오전 2시 41분 기준 온스당 3739.42 달러로 0.1% 상승했다.


국제 금값도 소폭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0.1% 상승한 3771.1달러에 마감했다. KRX금시장 기준 1kg짜리 금 현물의 가격은 종가 기준 g당 17만98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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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 불안을 자극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당분간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고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 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일 원·달러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일부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기조가 강 달러 자극했다. 이에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 받으며 1400원대 고환율 구간에 머물 것"이라며 "다만 연휴를 앞두고 네고물량 출회, 당국 개입 경계 등이 상단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기대도 추가 상승 억제 요인으로 작용해 금일 환율은 글로벌 강 달러 및 경계 심리에 혼조세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간밤에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 발언이 불안 심리를 키우면서 환율 상승의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수준인데,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되면 사실상 전부를 내놓는 셈이어서 '안전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며 "정부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요청하는 것도 이런 배경인데, 심리적 안정을 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상승 압력은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환율이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크게 떨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400원대 환율은 코로나 펜데믹, 금융위기, IMF 외환위기 때나 볼 수 있던 수치다. 특별한 위기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다는 건 '레짐 체인지'(체제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상당 기간 현재와 같은 고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남은 2번의 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스탠스를 보인다면 시장의 기대가 꺽이면서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 내년 국내 경기와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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