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 철회, 백지화된 조직개편
'금융' 빠진 경제사령탑, 위상 하락 예고된 기재부
"정부 구상 간데없고, 남은 건 권한 쪼개기·부처 혼란뿐" 비판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결국 백지화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효율적 정책 집행을 내세웠던 정부의 구상은 간데없고 남은 건 권한 쪼개기와 부처 혼란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을 철회하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발표 18일 만에 뒤집힌 이번 결정으로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그러나 당초 구상했던 '예산 기능 이관'과 '금융정책 흡수'라는 큰 그림은 어그러졌다.
예산은 기획예산처로 넘어갔지만, 금융정책은 끝내 가져오지 못한 채 반쪽짜리 개편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경제정책의 양축인 예산과 금융이 모두 흩어진 셈이다.
문제는 위기 대응력이다. 그간 기재부는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레고랜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태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재정경제부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면서, 비상 상황에서 정책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정부 부담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도 피해 업종 지원과 이해관계자 조율 등에서 범부처 대응이 핵심이지만, 이를 재경부가 주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제정책 구심점이 약화되면서 용산 대통령실이 직접 조율에 나서는 '직할 체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날을 세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정책의 총괄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정부가 과연 효율성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권한 분산과 예산 절약에만 집착한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통계청마저 다음달 국가데이터처로 승격돼 분리되면서 경제정책의 기반인 통계 기능까지 빠져나간다. 재정경제부는 정책 종합 역량을 잃고 '껍데기 부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추진 논리도, 정책 철학도 없이 조직을 갈라놓았다가 여론 눈치만 보고 후퇴했다"며 "결국 남은 건 권한을 잃은 재경부와 경제 컨트롤타워의 공백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개편을 통한 정책 일원화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조직 갈라치기와 권한 분산뿐"이라며 "경제 컨트롤타워의 좌표가 사라진 지금, 정부의 정책 혼선과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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