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이상·5000만원 이하 연체 채무 소각 추진
성실상환자 소외·도덕적 해이 우려 제기
정권마다 반복된 배드뱅크… “근본적 대책 필요”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대 113만명의 채무, 총 16조4000억원을 정리하겠다며 ‘새도약기금’을 띄웠다. 하지만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우려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 주도 ‘배드뱅크’가 정권마다 반복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는 소외되고, 반복적인 빚 탕감으로 이를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새도약기금’을 출범하고 10월부터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을 매입해 오는 2026년부터 소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연체 채권 소각 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로,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이들이다.
최소 30%에서 최대 80%까지 원금을 감면하고, 채무조정을 통해 분할상환을 최장 10년으로 하며 이자도 전액 감면해준다. 상환유예도 최장 3년까지 가능하다.
새도약기금이 협약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에서 대상 채권을 일괄 매입해 채무자가 별도로 신청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때와 상환능력 심사를 완료한 시점에 각각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새도약기금에 채권이 매입된 후 새도약기금 홈페이지에서 심사 결과와 채권 소각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형평성 제고를 위해 5년 이상 연체자에 대해 새도약기금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채무조정’도 실시한다. 기금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개인연체자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신청하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최대 80%의 원금 감면과 최장 10년의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형평성 제고 방침을 내놓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성실상환자에 대한 고려는 없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없이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성실히 납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며 “일반 다수의 선량한 금융소비자들의 박탈감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자영업자를 망하게 해선 안된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사실 뜨내기 창업도 워낙 많고 그에 따른 폐업도 많이 일어난다”며 “근본적으로 사후 지원이 아니라 애초에 창업 단계에서부터 망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배드뱅크 사업으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계속되는 배드뱅크 정책에 대한 통계를 보면 재연체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신용사면 조치도 해주고, 가만히 있으면 배드뱅크로 빚 탕감도 해주니 당연한 권리처럼 느껴질 법하다”고 일침했다.
김 교수는 “빚을 못 갚아서 채무조정에 들어오는 사람의 절반은 주식투자, 선물투자, 코인투자, 부동산 투자다. 생활비로 쓴 사람은 10명 중에 1명”이라며 “이런 종류의 대출을 구별해 어디에 썼는지도 살펴봐야 하는데 지금 출범한 배드뱅크는 ‘유흥비, 사행성’만 제외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배드뱅크는 대부분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아무리 그 사람들의 표를 얻겠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이 알아서 돌아가는 대로 둬야지 제도적 개입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본다”며 “채무조정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인데 특히 배드뱅크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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