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과일주의자" 고수하더니…22kg 상태로 숨진 20대女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10.04 17:18  수정 2025.10.04 17:19

폴란드 국적의 20대 여성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 방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SNS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영국 리즈 대학교 출신 카롤리나 크시자크(27)는 생과일만 섭취하는 극단적인 식단인 '과일주의자(fruitarian)'를 고수하다 끝내 사망했다. 사망 당시 그의 체중은 약 22㎏에 불과했다.


크시자크는 '과일주의자(fruitarian)' 자처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발리를 찾았다. 그러나 그 끝은 홀로 맞이한 비극적인 죽음 뿐이었다.


사망 전 그는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필수 영양소 부족으로 손톱이 누렇게 변하고 치아가 썩기 시작하는 등 심각한 건강 이상 징후를 보였다. 사건을 심층 취재한 매체 '더 컷'에 따르면 크시자크는 이전에 섭식 장애를 앓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식습관에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크시자크는 지난 2024년 12월 발리의 숨버르키마 힐 리조트에 체크인했다. 그는 도착 직후 자신의 방으로 과일만 배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호텔 매니저는 해당 리조트가 웰빙을 지향하는 곳이라 비건 식단을 요청하는 손님이 드물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내 크시자크의 수척해진 모습에 직원들은 우려하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그가 너무 야윈 모습으로 혼자 방으로 돌아가지 못하자 직접 부축해 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크시자크의 건강을 걱정한 호텔 직원들은 여러 차례 그에게 진료를 권했지만 그는 거절했다고 한다.


투숙 3일째 되던 날 크시자크의 한 현지인 친구가 호텔에 연락해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호텔 직원들이 그의 방을 확인하러 갔고, 그때 크시자크는 이미 방 안에서 홀로 숨진 채 뻣뻣하게 굳어있는 상태였다.


사망 당시 크시자크는 골다공증과 알부민 결핍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태생인 그는 청소년기 내내 거식증과 싸워왔으며, 영국 리즈 대학교에 진학한 후 요가와 비건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과일식으로 전환했다.


과일식을 시작한 뒤로는 소셜미디어(SNS)에 앙상해진 모습을 자주 올려 부모가 직접 영국을 찾아 치료를 권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극단적인 웰빙 트렌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더 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약 125만명이 섭식 장애를 겪고 있다. 이 중 약 75%가 여성이다. 섭식 장애는 매년 1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심각한 질병이다. 거식증의 주요 증상은 저체중임에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것, 현기증, 피부 건조, 탈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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