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규모 자금 투입...전략산업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미 투자회사 HPF 지배구조 변화…한화에어로 중심축
마스가 시너지·美 해군 MRO 수요 증가 속 선제 대응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월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한화오션
한화그룹이 미국 내 조선·해운·방산·우주항공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법인 지배구조를 손질했다. 미국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방산 기반 재건에 나선 가운데 한화가 기존 에너지 중심의 미국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략산업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25일 조선·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를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역할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정책 변화 환경 속 관련 사업에 강점을 지닌 한화그룹이 미국 현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자회사 한화시스템USA 지분 2만9070주를 약 4279억원에, 미 자회사 관리회사 HS USA 홀딩스 지분 6만 주를 약 883억원에 추가 취득했다고 전날 밝혔다. 한화솔루션도 미 계열사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 지분 19만3800주를 약 2853억원에 취득했고, 한화오션 역시 미 법인 한화오션USA홀딩스 지분 3410주를 약 5020억원에 사들였다. 총 투입액은 1조원을 넘어선다.
이번 지분 이동은 지난 2023년 3월 미국에 설립된 투자회사 ‘한화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HPF)’의 지배구조 변화로도 이어졌다.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50%씩 보유하던 HPF 지분은 이번 조정으로 한화솔루션 지분이 12.5%로 축소되고, 한화오션(18.75%)과 한화시스템(18.75%)이 새롭게 참여하는 형태로 재배치됐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HPF 지배력은 사실상 87.5%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번 조치는 올 연말 미국에 신설되는 ‘한화디펜스앤에너지(HD&E)’와도 연계된다. 이 법인은 자본금 1조1411억원 규모로 신설되며 한화시스템·한화오션이 각각 37.5%, 한화솔루션이 25%를 보유한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하던 HPF 지분 절반을 HD&E가 가져가는 구조로, 그룹의 미국 투자 사업군을 에너지 중심에서 조선·해운·방산·우주 항공으로 확대하는 형태다. 이외에도 한화시스템은 한화 필리 조선소에 1472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의 중심인 한화퓨처프루프에 대한 지배권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확대되며 미국 조선과 방산 사업에 대한 한화그룹의 투자가 시작됐다”면서 “미국 투자에 대한 지배구조 변경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여기서 조선은 한화쉬핑의 신조 투자도 포함됐는데, 한화그룹의 미국 투자 사업군에서 마스가와 미 차세대 자주포 사업 등으로 조선과 방신에 더 집중하는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의 미국 사업 확장은 이미 실행 단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윌리 쉬라함’을 시작으로 ‘유콘함’, 올해 ‘찰스 드류함’까지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를 연속 수주하며 국내 기업 중 최다 MRO 실적을 확보했다. 한화시스템도 위성통신·센서·지휘통제 등 방산우주 영역을 기반으로 미국 내 사업 확장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조선·방산·우주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다시 묶는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국면”이라며 “한화의 지배구조 재편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