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美 과학자 3인… 양자 컴퓨터 개발 토대 구축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07 22:07  수정 2025.10.07 22:07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가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속 사진 왼쪽부터 존 클라크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미셸 드보레 예일대 교수 겸 UC산타바바라대 교수, 존 마티니스 UC산타바바라대 교수. ⓒ AP/뉴시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이론 수준에 머물던 양자역학 현상이 거시 세계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함으로써 양자컴퓨터 개발 등 양자기술 발전에 응용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미국 과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전자회로에서의 거시적 양자역학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존 클라크(83)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프랑스 파리 출신의 미셸 드보레(72) 예일대 교수 겸 UC산타바바라대 교수, 존 마티니스(67) UC산타바바라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 과학자는 지극히 작은 0.1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원자 세계, 즉 미시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졌던 양자역학 현상을 우리 일상 세계인 거시 세계에서 발견해 오늘날 양자컴퓨터·양자암호·양자센서 등 양자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업적을 ‘새로운 규모에서 양자역학을 접하도록 한 연구’라고 요약했다.


공동 수상자들은 1984~1985년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초전도체로 전자 회로를 만들어 양자 터널링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양자 터널링은 전자가 절대 통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에너지 장벽을 순간이동 하듯이 넘어가는 물리적 현상을 뜻한다.


이들의 성과는 물리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앞서 영국의 물리학자 브라이언 조셉슨은 초전도체 사이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층을 끼워 넣어도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조셉슨 효과’ 또는 ‘조셉슨 접합’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이후 양자역학적 실험의 기반이 됐지만, 이때까지는 미시 세계의 현상에 머물렀다.


수상자 3명은 조셉슨 효과를 거시 세계로 확장한 것이다. 이들의 실험이 있기 전에는 학계에서도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 세계에 적용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들은 초전도체 회로를 만들었고, 이 회로에서 양자 터널링 현상을 관측했다. 전자를 에너지 장벽에 가둔 뒤 에너지 장벽 바깥의 전압을 측정했다. 양자 터널링이 없다면 전압이 측정되지 않아야 했지만, 이들은 실험에서 전압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미시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았던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 세계에서도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양자역학이 단순 물리적 이론이 아니라 오늘날 양자컴퓨터 등 여러 첨단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 실험 덕분에 양자역학 기술 개발이 본격화했다. 예컨대 오늘날 반도체 칩(IC·집적회로)에서 전자는 전선을 따라서만 흘러야 하지만 점점 집적화·미세화할수록 양자 터널링 현상 때문에 전류가 의도치 않는 흐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반도체 칩 설계 시 양자 터널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노벨상 메달. ⓒ AP/뉴시스

또 원자나 전자가 에너지 준위(레벨)라고 부르는 정해진 에너지 크기만을 가질 수 있는 현상인 에너지 양자화에 따른 에너지 준위는 오늘날 구글·IBM 등 글로벌 빅테크의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 개념이다.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인 초전도체 2개 사이에 얇은 이물질을 끼워넣으면 그 안의 원자들이 두 가지의 에너지 준위만을 가질 수 있는 ‘조셉슨 효과’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의 두 에너지 준위를 각각 0과 1에 대응시켜 계산하는 게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기본 원리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메달과 증서,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데 이어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을 각각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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