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도 힘든데"… 정부 전기차 보급목표에 車부품업계 '발 동동'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0.13 12:48  수정 2025.10.13 12:48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13일 기자회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치 하향 조정 촉구

"내연차 판매 금지 수준… 비현실적 목표"

"주요국처럼 HEV·PHEV 대안책으로 받아들여야"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송부문 설정 관련 자동차 부품산업계 기자회견'에서 각 조합 대표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자동차 부품업계는 미국의 25% 고율 관세 등으로 이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논의중인 NDC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목표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설정된다면 우리 업계에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송부문 설정 관련 자동차 부품산업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우리 자동차부품업계의 현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부품산업 생태계 유지와 고용 안정을 고려한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것을 다시한 번 촉구한다"며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야말로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과 무공해차 보급대수를 ▲48% ▲53% ▲61% ▲65% 등 4개 안으로 나눠 제시한 바 있다.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2035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구조다.


48%와 53% 감축안의 경우 무공해차를 현재 대비 각각 30%, 34% 늘린 840만대, 952만대 보급해야한다. 61%와 65% 감축안은 현재보다 35%이상 늘린 980만대 이상 보급해야한다. 사실상 EU(유럽연합)가 시행하는 것과 같이 2035년 내연차 판매 제한을 검토해야 하는 수준이다.


조합은 정부의 보급목표가 산업·고용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제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돼야한다고 봤다. 현지 국내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550~650만대(20% 내외) 수준이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자동차산업 기반과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조합은 “내연기관 부품기업은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축”이라며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품업계의 우려가 큰 것은 국내 부품업체 95%가 중소, 중견업체로 이뤄져있단 점에서다. R&D(연구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전기차 부품으로의 전환 속도 역시 느리다. 실제 국내 부품업체 중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 이사장은 "전기차 부품은 내연기관차와 함께 가져가야하는 만큼 사업 다각화의 측면이다. 그런데 현재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가 20%가 채 되지않는다"며 "부품의 성격상 내연기관을 만들다가 전기차로 갑자기 전환하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정부의 NDC 수송부문 목표치 하향과 함께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대안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봤다. 전기차보다 탄소감축 효과가 적더라도 전기차 대비 보급률이 높고,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도 피해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100% 전동화 목표를 미루거나 다양한 대체 기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탄소 배출만 봤을 때 순수 전기차에 비해 하이브리드가 조금 못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등 처음부터 끝점까지 봤을 때 정확한 데이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 역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극 장려하고 있고 고용안정의 측면에서도 단계적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차부품산업특별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차부품산업특별법은 정부가 국내 부품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통과시킨 법안이다.


중소·중견 부품기업이 미래차 재편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전환에 특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NDC 수송부문 목표치 역시 업계에 자문 없이 설정됐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가 (업계에 대해) 제일 많이 알고 있는데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을까, 그게 지금 가장 궁금하다"며 "산업별 수송에서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한 것 같은데, 업계와 더 얘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래차 재편 부품업체에 대한 정책금융도 크게 늘려야할 것으로 봤다. 작은 규모 탓에 미래차 부문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만큼 핵심부품 개발, 생산시설 고도화, 기술혁신 지원을 위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자금을 포괄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택성 이사장은 "부품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를 견지할 경우 부품 산업 공급 체계의 심각한 영향과 대규모 고용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 중심의 보급과 다양한 기술 대안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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