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향한 李정부 일방통행?…부동산 묶고 주식은 독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10.17 04:00  수정 2025.10.17 04:00

"부동산 폭탄 돌리기 끝내야"…日 버블 언급

주택시장 옥죄며 자금 증시로…자산정책 논란

"주거 사다리 걷어찼다"…국민의힘 우려 제기

김용범 "보유세 낮다"며 세제 손질 가능성 시사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여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미만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지만, 이번 규제가 오히려 자금 흐름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려는 정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교차한다. 실제로 대책 발표 다음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37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수요가 줄어들고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앞서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에 이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으나, 두차례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 과열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전날 다시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다. 대책이 나온 직후 '부동산 억제와 주식 부양'이라는 정부의 자산정책 기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며, 실제로 대통령실은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주식 투자 독려성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격려 차원을 넘어, 부동산 중심이던 자산 구조를 주식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억제 기조는 단순한 안정 대책이 아니라 '코스피 5000'을 향한 정책적 선택 아니냐. 결국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집을 사기보다 주식에만 투자하라고 하고 있다. 서민은 주식으로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무주택자와 청년들의 내집 마련을 막는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부동산 정책을 '국민 홈리스 정책' '주거 절망 정책'으로 규정하며 십자포화도 쏟아냈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부동산 거래 제한을 놓고 야권과 일부 실수요자의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부동산 불안은 서민의 삶을 흔들고 청년의 희망을 꺾는다"며 "이번 대책이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실수요자와 청년에게 숨통을 틔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


그러면서 "일각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주거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비난한다.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게 아니다. 수억, 수십억의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것이 맞는가.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시장과 실수요자 그리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겠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언제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그 주식시장에 정말 마음 놓고 투자해서 이 부분이 건전하고 튼튼하게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부동산 투기라는 것을 통해서 재산을 늘려보겠다는 생각은 과거 생각이지 않느냐. 언젠가는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 있다"고도 한 바 있다. 이어 "국민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아느냐"라며 "아마 1등일 것이다. 이게 너무 과대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도 "성장을 회복시켜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소한 공정하게 기회와 결과를 나눌 수 있게 해서 우리 사회 전체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요 목표"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증권사 임원들을 만나 "'국장(국내증시)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기도록 만들어야겠다"며 "우리나라에 돈은 많이 생겼는데, 그 돈은 주로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집중된 측면이 있다. 국가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금융 정책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물꼬를 틀 수 있게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공급 확대에 대한 후속 논의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공개된 '삼프로TV '인터뷰에서 취득·보유·양도 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용범 실장은 "보유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 억제책을 파격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의 안정적 관리에서 세제가 빠질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증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묻자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라며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한 정책은 세제와 공급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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