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기 전에 열어두자”…마이너스통장 개설 폭발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0.18 07:06  수정 2025.10.18 11:51

올 상반기 잔액 6개월 만에 1조, 보름 새 8800억 증가

추가 대출 규제에 대비해 유동성 선확보 나서

올 6월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7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70조4800억원)보다 9200억원 늘었다.ⓒ연합뉴스

올 들어 마이너스통장(마통)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잔액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10월 들어 보름 사이에도 88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추가 대출 규제에 대비해 유동성 선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7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70조4800억원)보다 92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54만2279건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개설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마이너스통장과 연계된 신규 체크카드 발급도 32만7210건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마이너스통장에 연결된 누적 체크카드는 281만4424건으로 지난해 말(280만513건)보다 1만4000건 가까이 늘었다. 2021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권은 이 같은 현상을 대출 규제 전에 선제적 한도 확보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신용대출의 일종으로, 한도를 미리 설정하면 이후 규제가 강화돼도 해당 한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신용대출과 함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모두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올해 주식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마이너스통장 금리 이상의 수익을 노리고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는 생활비 보충용이 많았다면, 최근엔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비상자금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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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39조6718억원으로, 9월 말(38조7893억원)보다 보름 만에 8825억원 증가했다.


특히 새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DSR 강화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막히기 전에 열어두자”는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27 대책 시행 전후에도 마이너스통장 개설 급증세가 나타난 바 있다.


그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신규 한도 개설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리 해놓자는 심리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며 “부동산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당장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단기성 신용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양수 의원은 “마이너스통장은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더 높아 마이너스통장 활용이 높아질수록 국민들의 대출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을 권하는 듯한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함은 물론, 대출 수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가계부채 안정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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