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년 앞두고 강호 브라질에 0-5 뼈아픈 패배
홈 5점 차 대패, 2001년 프랑스전 이후 24년 만..홍 감독도 출전
‘오대영’ 오명 딛고 성공신화 썼던 히딩크 감독 발자취 따를지 관심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 10월 A매치 친선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서 5-0으로 패배한 한국 홍명보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뉴시스
안방서 세계 강호와의 높은 격차를 확인한 축구대표팀이 내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불투명한 절차로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홍명보호는 냉탕와 온탕을 오가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과 이란이 조기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것과는 달리 한국은 지난 6월 3차 예선 9차전 이라크 원정서 2-0 승리를 거두고 나서야 뒤늦게 목표를 달성했고, 이때부터 홍명보호의 본선 경쟁력에 물음표가 쌓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7월 국내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패해 우승에 실패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그러다가 원정으로 치러진 9월 A매치서 한국(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모두 높은 멕시코(13위)와 미국(15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10일 FIFA 랭킹 6위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전반에 2골, 후반에 3골을 내주며 0-5로 대패했다. 이는 대표팀이 9년 만에 당한 5점 차 이상 패배다.
경기 뒤 이재성(마인츠)이 “12~13명이 뛰어나 하나 싶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브라질과의 현격한 기량 차를 확인했다.
곧바로 대표팀은 지난 14일에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서 2-0 완승을 거뒀지만 브라질전 대패 여파로 2만2206명의 적은 관중이 찾아왔고, 전반 15분 엄지성의 선제골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실수가 나오는 등 무실점 승리에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미국, 멕시코 상대로 1승 1무를 거두면서 잠시 나아졌던 여론은 다시 홍명보 감독에게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실제 홍 감독은 안방서 열린 10월 A매치 2연전 내내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 개인으로서는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0-5 참사’를 경험했다.
한국이 홈에서 5점 차 이상으로 진 건 2001년 5월 대구에서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0-5)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도 경기에 나섰지만 한 차원 다른 수준의 프랑스 공격진을 막아내지 못하고 참사의 책임을 져야 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시작 전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물론 강팀 상대로 맞은 강력한 예방주사는 월드컵 본선에서 도약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둔 2001년 당시에도 프랑스전 대패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는 ‘오대영’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패배를 자양분 삼아 팀의 문제점들을 조금씩 보완해 나갔고, 결국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 놓는 업적을 이뤘다.
홍명보호 역시 마찬가지다. 대패는 뼈아픈 굴욕이지만 어찌 됐든 여러 문제점을 찾았다는 점은 분명한 소득이다. 현재 팀 전력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차례대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
공교롭게도 히딩크호의 ‘캡틴’으로 4강 신화에 앞장섰던 홍명보 감독도 이번 10월 A매치를 통해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월드컵의 성패는 이제 본선까지 남은 8개월에 달려 있다. 따끔한 ‘강팀 예방주사’를 맞은 홍명보 감독도 히딩크 감독의 길을 따라 현재 받고 있는 야유를 내년에 환호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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