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벤츠·BMW까지…과거에서 미래 찾는 車업체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0.20 06:00  수정 2025.10.20 07:46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 '헤리티지' 찾기 분주

현대차·기아, 포니·스텔라·브리사 복원 작업

벤츠·BMW·르노, '과거 디자인' 접목한 신차 출시

전기차 급변 시대… 전통 디자인으로 차별화 모색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공개한 디자인 방향성 콘셉트카 '비전 아이코닉'(왼쪽)과 1930년대 생산된 벤츠의 초기모델 'SSK'(오른쪽)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헤리티지 찾기에 분주해졌다. 현대차·기아는 초기 모델인 포니, 스텔라, 브리사 등을 복원해 전시회를 열기 바쁘고, 벤츠·BMW 등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자동차 브랜드들은 신차에 과거 디자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전기차, 자율주행 등 급격한 시장 변화에 직면하면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자 브랜드 간 차별화 전략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신흥 브랜드들에겐 없는 '전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미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는 콘셉트카 '비전 아이코닉'을 공개했다. 전동화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아이코닉 그릴'이 특징으로, 지난 9월 공개된 신형 전기 GLC에서 처음 적용됐다.


특히 이번 콘셉트카가 주목되는 건 100년 전 벤츠의 초창기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에 있다. 전면 그릴부는 과거 1928년부터 1930년까지 생산됐던 초기모델 SSK에서 따왔고, 후면까지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반적 형태는 1950년대 300SL을 연상시킨다.


고든 바게너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은 "1930년대 황금기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비전 아이코닉은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조각 같은 자동차"라며 "300SL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실루엣과 아르데코 감성이 어우러져 궁극의 우아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BMW가 지난 9월 IAA(뮌헨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뉴iX3(왼쪽)과 1960년대 출시됐던 BMW '1500' 모델 (오른쪽)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앞서 BMW도 지난 9월 과거 모델에서 착안한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공개한 바 있다. BMW가 지난 9월 독일 IAA(뮌헨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뉴 iX3는 현재 3시리즈, 5시리즈의 전신이 된 1960년대 모델 '1500'에서 착안해 디자인됐다.


키드니 그릴과 헤드램프의 비율부터 상어처럼 툭 튀어나온 앞쪽 보닛, 날렵하게 솟은 후면부까지 과거 1500 모델의 헤리티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BMW는 신형 iX3에 적용된 디자인 방향성을 '노이어 클라쎄'로 명명하고, 앞으로 모든 BMW모델에 구동 방식과 관계없이 해당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프랑스 브랜드 르노 역시 1970년대 출시돼 큰 인기를 얻었던 '르노5'를 전기차 모델로 재해석해 성공을 거뒀다. 르노5의 전기차 모델 '르노5 E-테크'는 기존 르노5의클래식하고 박시한 차체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최신 기술과 날카로운 디자인을 함께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유럽 시장 기준 가격이 2만5000유로(약 4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가성비도 잡았다. 과거 르노5의 인기 요인이었던 독특한 스타일링, 실용성, 경제성을 전기차 모델에서도 이어간 셈이다.


'스텔라 88' 복원 차량ⓒ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뿐 아니라 국내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과거 모델 복원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간 자동차 시장 후발 주자로서 전통 브랜드들의 뒤를 좇아 성장에 집중해왔지만, 업력이 50년을 훌쩍 넘긴 만큼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작업이 최근 들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말부터 단종된 모델 '스텔라'를 복원해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1983년 출시된 스텔라는 우리나라 두 번째 고유 승용 모델이자, 현대차 고유 중형차 계보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전신이 된 모델이기도 하다. 2023년에는 대한민국 첫 국산차이자 현대차 최초 독자모델인 '포니'를 돌아보는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기아도 2023년 초창기 모델인 'T-600'과 '브리사'의 복원차량을 전시해 헤리티지를 선보인 바 있다. T-600은 기아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된 삼륜 자동차로, 1969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쓰다)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생산된 모델이다.


1974년 출시된 브리사는 과거 석유 파동 당시 우수한 경제성을 토대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모델이다. 마쓰다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부품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출시 2년 만인 1976년에 약 90%의 국산화율을 달성한 모델이다.


기아가 지난 2023년 복원한 'T-600'(왼쪽)과 '브리사'(오른쪽)ⓒ기아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과거 회상 작업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들며 기술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전기차 전환과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으로도 읽힌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에게 없는 것이 바로 '전통'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쌓은 업력이 소비자들에게는 자동차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시대에는 엔진 등 독자적 기술 경쟁력이 뚜렷했던 것과 달리, 전기차 시대에선 기술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며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는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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