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깜짝 회동'만 기대하는 李정부…'코리아 패싱' 우려도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22 00:00  수정 2025.10.22 00:00

트럼프식 이벤트 외교 재연되나…美北대화 주목

'이벤트 외교' 기대 비판도…'중개자 역할' 그치나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간 극적 회동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만한 깜짝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미북 대화 재개의 '중개자 역할'보다는 '이벤트형 외교'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한반도 현안에서 한국의 주도권이 약화하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등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우연한 조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이 성사됐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의 돌발적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미북 정상 간 회동은 불과 하루 전부터 실무 접촉이 진행되는 등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데일리안에 "이번 AEPC 정상회의가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접촉 계획은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또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북 간 대화 재개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과 김 위원장의 대미 발언 수위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망 기조'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이벤트 중심 외교'가 재연될 경우, 우리가 대화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적 외교 절차보다 개인적 결단과 깜짝 행보를 선호하기에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도하지 못할 경우 자칫 '코리아 패싱'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운데 정부가 실질적 대화 복원보다는 회담 가능성 자체에 기대를 거는 듯한 접근을 보이는 점도 우려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회동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협상 복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반도 패싱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건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계 정상화, 신뢰 구축"이라며 "한국이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북미 대화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상황에서 한국이 앞서서 주도하기보다 대화 분위기를 살리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맞다"며 "중요한 건 주도권 경쟁이 아니라 조정자·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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