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점령한 C커머스, 중저가 국내 패션 플랫폼 직격탄
국내 플랫폼, 저가 공세 속 자본잠식·신뢰도 이중고
“할인 경쟁 넘어 브랜드력·상품 기획으로 돌파해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기세가 매섭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중저가 플랫폼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패션 플랫폼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의 국내 성장세가 가파르다.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쉬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262만명으로 전년 동월 73만여명 대비 258% 급증했다.
이 기간 국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MAU가 296만여명에서 326만여명으로 22.8% 성장했고, 무신사와 에이블리는 각각 8.7%, 9.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쉬인의 성장 비결은 바로 '가격'이다. 쉬인은 초저가의 낮은 객단가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쉬인의 올해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은 5만6000원~6만7000원으로, 중저가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6만6000원~7만8000원)와 1만원 남짓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상위권 플랫폼 무신사의 객단가가 9만4000원~12만7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쉬인은 저가 전략을 무기로 국내 중저가 플랫폼들을 위협하고 있다.
쉬인과 같은 C커머스의 위협에 국내 플랫폼들의 경쟁 환경도 한층 어려워졌다.
브랜디 운영사인 뉴넥스는 자본잠식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뉴넥스의 매출은 지난 2022년 1191억원에서 지난 2023년 521억원, 2024년 196억원으로 2년새 80% 이상 감소한 흐름을 보였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과 함께 중저가 시장을 타겟팅했던 플랫폼이었던 만큼 C커머스의 급부상과 소비 트렌드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직접 영향이 예상되는 업체로 에이블리도 언급되고 있다. 에이블리의 경우 동대문 보세의류 중심으로 10·20대 여성들에게 인기인 플랫폼이다.
제품 가격대도 주요 여성복 플랫폼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상의 기준 1만원대 초반에서 3만원대 미만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커머스 업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판매자들이 중국 도매업체에서 상품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이 행태가 플랫폼 경쟁력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거의 없어 가격 비교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현지 제품 가격과 국내 판매가를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을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만큼 국내 플랫폼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곧바로 플랫폼 만족도와 직결돼 국내 플랫폼의 이용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자료에 따르면, 동종 중국 직구 물품이 국내 일반·제조수입업체 물품에 비해 70~80%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업계에서는 동일 중저가 플랫폼 에이블리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에이블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결손금은 2222억원으로 집계됐다. 결손금은 기업이 쌓아온 누적 적자를 뜻하며, 해마다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최근 3년간 에이블리의 결손금 추이를 보면 2021년 1252억원, 2022년 2042억원, 2023년 2222억원으로 꾸준히 불어났다.
에이블리는 2019년 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를 받았는데, 계속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이었다. 지난해 자본총계는 -521억원이었다.
그러나 에이블리 측은 연간 거래액(GMV)와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일각의 위기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연간 거래액(GMV)은 2019년 1100억원에서 지난해 여성 플랫폼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 316억원이던 매출도 2024년 3343억원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2024년 손실은 신사업과 인재에 대한 투자로 발생한 일시적 적자"라며 "2025년에는 다시 흑자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플랫폼의 영향도 거래액 등이 지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영향은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플랫폼들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제품력과 브랜딩 역량을 강화해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커머스가 단순히 가격으로만 시장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생산·유통 구조 자체를 바꿔 놓고 있다”며 “국내 플랫폼이 단기 할인 경쟁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브랜드력·상품기획·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부실 책임은 어디에…유통업 회생의 그늘 [회생잔혹사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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