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日 다카이치 유화 제스처…한일 셔틀외교 지속 가능할까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10.24 00:05  수정 2025.10.24 00:05

부산 회담 메시지, 새 정권에서도 유효할까

"한국 중요 이웃" 발언…훈풍 속 변수 여전

경주 APEC이 한일 관계 증명 바로미터로

李대통령 "새 한일관계 중대한 전환점 서"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취임으로 일본 정권이 교체되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금 시험대 위에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다가오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와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화답하면서, 이번 회담이 한일 셔틀외교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과거의 냉기 대신 실용적 대화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복원된 셔틀외교가 다카이치 체제에서도 이어질 지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다카이치 총리 내각 출범 직후 일본을 찾아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접촉을 했다. 위성락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새 내각 하에서도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위 실장은 방일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의 방일로 한일 간 실무 채널이 정비되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무대 일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 출범 직후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한일 양국관계의 실질적인 시험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체제가 '강경 내각'으로 불리며 한국 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왔지만, 정작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885년 일본이 내각제를 시작한 이후 140년 만에 등장한 첫 여성 총리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우파 성향 정치인으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꾸준히 참배해 왔다. 또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잡았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손잡아 온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면서 정치 기반이 흔들렸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제2야당 일본유신회를 새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우여곡절 끝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자민당과 유신회가 힘을 합치면서, 다카이치 내각이 이전보다 한층 우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데 한일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정권 사이에서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에 기초해 일한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 정부 간에 확실히 의사소통을 추진해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 내 일각에서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향후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여러 우려가 있는 듯하다"면서도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보고 있다"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결국 한일관계의 향배는 다카이치 총리가 '외교적 유화 제스처'를 실질적 정책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그 진정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시바 정권 시절 복원된 셔틀외교가 다카이치 내각에서도 이어진다면, 한일 관계는 단절이 아닌 연속적인 실용외교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 내 정치 불안정이 심화되거나, 다카이치 내각이 강경 노선을 재가동할 경우 외교 전선이 다시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내 보수 여론이 악화되면 언제든 야스쿠니 참배, 독도 관련 발언 등으로 전환할 여지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여론상 일본의 과거사 저자세 외교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정치권 곳곳에서는 한일관계 훈풍이 얼마나 길게 갈지 여부에 주목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일 페이스북에 축하 메시지를 올려 "한일 양국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으로서 정치, 안보, 경제, 사회문화와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30일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부산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시바 전 총리가 부산 회담에서 남긴 메시지가 일본 차기 정권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외교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던 상황이다.


양 정상은 양국이 직면한 공통 사회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운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순한 협의체 신설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셔틀외교 복원' 기조에 이시바 전 총리가 퇴임 직전 직접 화답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발전, 농업, 방재, 자살대책 등 양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각 분야별로 한일 당국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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