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영업수익 425억→196억원 ‘내리막’
대주주 변경 가능성에 신사업 추진 등 어려워
부동산 경기 침체 속 높은 대체투자 비중 ‘발목’
국내 부동산 신탁업계 7위인 무궁화신탁이 추진하는 ‘현대자산운용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현대자산운용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주주 변경 가능성으로 섣불리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만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현대자산운용이 공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영업수익은 19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영업수익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 425억원에서 2023년 209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지난해까지 하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수익성도 악화됐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2023년 69억원 적자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적자 폭을 확대하며 1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자산운용의 실적 악화는 경영 전략이 미비한 여파로 풀이된다. 현재 회사는 매각으로 인한 경영권 이전을 고려해 신사업 추진 및 사업 확장을 중단한 상태다. 대주주가 바뀔 경우, 사업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부동산 회사인 무궁화신탁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아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계열사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때 현대자산운용이 올해 상반기 기준 약 8조원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어 무궁화신탁이 보유한 자산 중 가장 시장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무궁화신탁은 현대자산운용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올해 3월 당국은 이를 승인했으나, 매각 금액을 두고 매수자 측과 매도자 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중견 건설사인 제일건설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확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하거나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신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UNICORN’ 브랜드로 ETF 시장에 진출한 뒤 1년에 1개씩 새로운 ETF를 상장했으나 올해에는 선보인 상품이 부재하다.
부동산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점도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회사는 전통 자산운용에서 부동산 대체투자로 사업 구조를 확대하면서 자문·투자형 구조의 수수료 비중이 확대됐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수익원인 부동산 부문 자문 수수료가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자산운용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이탈한 직원들이 적지 않았고, 조직 슬림화 역시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익성이 아쉬운 탓에 매각 과정에서도 속도가 지연됐을 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 있다”며 “이번 인수가 이뤄지면 금융·자산운용 외 건설 분야로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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