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발목 잡는 집값…한은의 고심
내수 회복세에 일단 '부동산' 급한 불 끄기
수출 점차 둔화 예정에 향후 전망 '빨간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 연속 연 2.50%로 동결한 가운데, 향후 우리 경제가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호조로 수출은 양호했지만, 올해 말부터 본격화될 미국의 고율 관세와 장기화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커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0.9%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 3분기까지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 영향 확대로 인해 수출이 둔화되면서 성장률도 낮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자체는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지난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올해 1100억 달러, 내년 8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러한 수출 호조가 반도체 품목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 및 자동차(부품 포함)의 대미 수출은 고율 관세 부과로 최근 둔화됐다.
특히 자동차는 경쟁국 대비 높은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어 향후 수출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수출은 둔화 흐름을 본격적으로 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다음달까지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우리나라 관세 협상, 미·중 관세 협상 등 변수가 산재돼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우려 중 우리 시장에 가장 영향이 큰 것은 부동산이다. 실제 한은이 이날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다섯째 주 대비 2주간 누계로 0.54%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0.06%)보다 높은 0.14%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사회적 불평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계부채를 더욱 키우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자체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뿐 아니라 경기도 보는데, 지금은 (부동산 가격) 성장세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어느정도 추세가 안정되고 둔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 개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 투자 부진 역시 경제 회복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3분기 건설투자가 안전사고로 인한 공사 지연 등으로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건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건설업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우리나라 건설 경기가 침체된 게 굉장히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결국 부동산 문제도 공급적인 요인이 중요한데 사슬처럼 엮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집값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한은이 이번에 인하를 섣불리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관세 협상도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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